교육 교육일반

"교수도, 교재도, 학비도 없어요." 프랑스 코딩 교육 어떻길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4 12:00

수정 2023.04.04 12:00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방문한 프랑스 IT교육기관 '에꼴42'에서 학생들이 코딩을 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방문한 프랑스 IT교육기관 '에꼴42'에서 학생들이 코딩을 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파리(프랑스)=윤홍집 기자】 "교수도, 교재도, 학비도 없어요."
프랑스 내 혁신적 IT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에꼴42'의 이야기다. 코딩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에꼴42는 이론보다는 즉시 업무에 투입 가능한 실무 능력을 배양한다. 4주간 진행되는 서바이벌 테스트로 선발되는 학생들은 게임을 하듯 레벨을 높여 수료증을 받는다. 에골42 수료는 프랑스에서 석사학위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디지털교육전환담당관 등 관계자들은 프랑스 파리 17구 소재 에꼴42에 방문했다.
정부가 2026년까지 총 100만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외 모범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 시사점을 분석하겠다는 취지다.

에꼴42는 프랑스의 이동통신 서비스 기업인 '프리모바일'의 자비에르 니엘 회장이 2013년 1억 유로를 개인 출자해 설립한 IT 교육기관이다. 니엘 회장은 일반 학교 졸업생이 프리모바일의 인재상과 맞지 않다고 느껴 직접 인재를 기르기 위해 이 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눈에 띄는 점은 교수도, 교재도, 학비도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별개의 수업을 듣지 않는다. 오로지 토론과 협업을 통해 공동으로 주어진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한다. 프로젝트는 실제 기업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학습 시기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에꼴42 관계자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암기 위주로 하는 교수 시스템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과정은 사회적 한계, 제한이 없도록 무료로 제공된다"고 밝혔다.

평가도 교수 대신 학생들이 직접 서로를 평가한다. 평가자와 피평가자는 임의로 배정되고 얼굴을 마주한 상태에서 평가를 진행하도록 한다.

에꼴42에 다니고 있는 이동빈씨(25)는 "피평가자가 평가자의 평가를 인정 못 하면 인정할 때까지 논쟁을 주고받는다"라며 "어느 한쪽이 인정해야 평가가 종료되고, 정말 드문 경우 직원들의 중재를 통해 합의를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꼴42의 교육적 가치는 커뮤니티성에서 나온다"라며 "소통을 통해 지식을 전파하는 것. 과제를 제출하려면 다른 학생과 소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프랑스 IT교육기관 '에꼴42'에 방문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에꼴42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프랑스 IT교육기관 '에꼴42'에 방문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에꼴42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에꼴42 수료는 학습 경험치에 따라 21레벨에 도달한 학생에게 부여된다. 수료까지는 일반적으로 3년이 소요되고 에꼴42 수료는 프랑스에서 석사학위급으로 인정된다.

이씨는 "IT박람회에 가면 에꼴42를 알아봐 주고 채용 지원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봐 준다"라며 "본인이 원하는데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고, 취업률은 100%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꼴42는 온라인 테스트와 4주간 진행되는 서바이벌 테스트 '피씬(La Piscine)'을 통해 연간 약 1000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이 과정에선 어떠한 자격증도 요구하지 않으며, 코딩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논리, 추론 능력 등만 평가한다. 심지어 프랑스어와 영어를 하지 못해도 합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쟁률은 매년 약 50대1에 이른다.

한국에서 철학·사회학을 전공했다는 최규봉씨(32)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인턴을 구하기 어려워져서 에꼴42에 지원했다고 한다.
최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책상에 앉기 싫었는데 지금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코딩을 한다"며 "강제 학습과 주도적인 학습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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