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불안 호소에 경비 강화
"이쪽 문도 잠겼나요? 문 좀 열어주세요."
4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앞. 가사도우미 A씨가 출입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출근길이던 A씨는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담장과 굳게 잠긴 철제문 때문에 단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마침 단지 내에서 청소를 하던 미화원이 문을 열어준 이후에야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아파트는 강남 납치살해 사건 이후 6개 출입문중 정문을 빼고는 모두 잠갔다.
서울 강남 주택가 납치 살해사건 이후 주변 아파트 단지들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입주민들 불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치안이 좋았던 지역에서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7년간 이곳에서 살아왔다는 김모씨(76)는 "아파트 내 치안은 매우 좋고 지금까지 안전 문제가 한번도 없었다"며 "두 블록만 건너면 파출소도 있고 아파트 내에는 폐쇄회로(CC)TV도 촘촘히 달려 있고 안 보이는 곳 없게 조명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민 이모씨(69)는 "피해자가 납치된 곳도 평소 지나가는 사람이 꽤 있는 편이다"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따라서 주민들의 불안함을 호소했다.
직장인인 딸 대신 손녀를 돌보는 나모씨(63)의 경우 이날 손녀를 조금 후줄근하게 입혀 학교에 보냈다고 했다. 자식의 직업이 좋은 편이라 납치의 타깃이 될까 봐 두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나씨는 "몇개월간 계획 세워 납치했다는 기사를 보니 아이도 쉽게 납치할 수 있겠구나 싶어 초등학생 3학년인 손녀가 하교할 때 직접 데리고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주민 김씨도 "갑자기 우리집 바로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섬뜩하긴 했다"며 "아이들이 늦게 귀가하면 불안해져 길을 돌아서 오더라도 경비가 지키고 있는 정문 쪽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변 보안이 허술해서라기 보다 원한에 의한 살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건은 불특정인을 상대로 돈이나 성범죄를 목적으로 일어난 범죄가 아니므로 타인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일을 하지 않았으면 그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환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특정 범죄였기 때문에 꼭 아파트 지역이 아니라 피해자가 가는 곳은 어디든 위험했을 것"이라고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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