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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청구공사 폭탄 터지나...10대 건설사 13조, 1년새 2조 급증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5 16:07

수정 2023.04.05 18:13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 현장. 사진=뉴스1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 현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내 10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대금'이 1년새 2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하고도 조합이나 시행사 등 발주처에 대금지급을 요청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잡히지만 회수에 실패할 경우 손실로 전환돼 '잠재적 부실'로 꼽힌다.

미청구공사 폭탄 터지나...10대 건설사 13조, 1년새 2조 급증

■미청구공사 1년새 2조 증가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말 미청구공사(연결기준) 잔액은 13조13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0조9679억원보다 19.8%(2조1713억원) 늘어난 규모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보유한 대표적 위험자산이다. 언제든 부실화 될 수 있아 건설사 건전성을 살피는 주요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업체별로는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등을 제외하고는 미청구공사 잔액이 늘었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5736억원에서 2022년 9889억원으로 72.4% 증가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위험 수준은 아니며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S건설도 2021년 9488억원에서 2022년 1조5212억원으로 60.3% 늘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자회사 인수로 미청구공사 금액이 추가된 부분이 있고, 주택에서 6000억원 가량 늘어나면서 전체 규모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기간 HDC현대산업개발은 6356억원에서 9104억원으로 43% 늘었다. 대우건설도 9539억원에서 1조2053억원으로 26.4%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액 대비 11.6% 수준에 불과하다"며 "둔촌주공 사업장에서 1000억원 가량의 미청구공사 금액이 증가한 것도 한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도 지난해 1조3323억원으로 전년대비 27.8% 증가했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의 지난해 말 미청구공사 잔액은 3조7347억원으로 전년대비 5000억원가량 늘었다. 반면 삼성물산은 984억원, DL이앤씨는 1450억원이 각각 감소했다.

■ 미분양 폭증·PF 부실...또 다른 '뇌관' 되나
건설업계는 미청구 공사대금 증가가 잠재적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수년간 주택·건설사업 수주가 크게 늘었고, 이들 사업이 진행되면서 일시적으로 미청구공사 규모가 늘어난데다가 대두분 지난해 최고 실적 달성으로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잔금을 납입하면 미청구공사가 해소된다"며 "매출액도 크게 늘어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분양이 완료되면서 업체들이 둔촌주공 프로젝트로 잡은 미청구공사대금이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사업장별로 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과거에도 해외 프로젝트에서 대거 미청구공사 금액이 발생했고, 대부분 해소 됐다"며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이 크게 늘지 않는 이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분양 증가 등 지방중심의 주택경기 부진으로 당분간 미청구공사 금액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는 시행사가 늘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개발업체 등 발주처가 자금난에 빠지면 결과적으로 건설사들이 부실 사업장을 떠 안을 수 밖에 없어서다.

미청구공사를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적지 않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미청구공사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2015년 3조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해 삼성엔지니어링도 미청구공사가 부실로 이어져 1조5000억원대 '어닝쇼크'를 겪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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