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가구업체 입찰 담합' 의혹을 캐고 있는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을 검토중이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다다랐지만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가구업체 입찰 담합 사건 수사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사실상 공정위 고발 요청만을 남겨두고 있다. 검찰은 신축 아파트에 빌트인 형태로 들어갈 '특판 가구' 납품사로 입찰하면서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넥시스, 우아미 등 주요 국내 가구업체들을 수사해왔다. 검찰은 지난 2월 초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에 있는 이들 업체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지난달엔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담합에 연루된 업체 전·현직 임원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이들중 일부 가구업체들은 지난해 5월께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혐의를 자진신고 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는 한 검찰이 기소할 수 없다. 대다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고발한 후 검찰이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하는 사례가 많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 조사가 해를 넘기자 검찰이 올초부터 수사에 착수하면서 공정위와 검찰의 주도권 싸움으로도 주목받았다.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더라도 검찰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
검찰은 담합사건 자진신고자의 형벌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하면서 형사제재를 감면받기 위해 검찰에도 자진신고가 이뤄졌고, 공정위 고발 전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주도권 챙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었다.
검찰은 다만 공정위 조사 진행 상황과 속도 등을 고려해 고발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고발 후 신병확보 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검찰은 늦어도 상반기 내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담합 사건 주도권이 검찰로 옮아가는 분위기가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용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사안이 불거진 후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지자 검찰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검찰이 공정위 고발 전 수사에 착수하는 경향이 앞으로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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