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 미래차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은 이미 패권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동맹국까지 저버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지만 아랑곳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과 세액공제, 저리융자 등 파격적 지원책으로 업체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인다. 현대차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도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의 파격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지금 무섭게 치고 나가고 있다. 당국의 신에너지차 육성계획에 따라 비야디는 지난해 3월 내연기관차 생산중단을 선언한 뒤 전기차 생산에 주력했다. 비야디는 강력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지난해 기록적인 전기차 판매실적을 올리며 미국 테슬라를 제쳤다. 최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판매량도 비야디가 세계 1위다. 글로벌 점유율은 15%를 넘었다. 현대차·기아는 점유율이 6%로 세계 7위였다. 비야디가 한국 전기차에 머잖아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미래차가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지난해 완성차업계 수출액은 774억달러에 이르렀다. 전기차 국내 생산량 35만대 중 22만대가 해외에 수출됐다. 무역적자의 상당 부분을 자동차산업이 상쇄했다.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는 2026년까지 미래차 분야에 100조원 가까이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도 올해 착공된다.
최근 통과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에 미래차 세제 지원액을 확대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기차 생산허브가 되기 위해선 과감한 시설지원이 있어야 하고 부품산업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차 부품업계 인력, 자금난은 고질적 문제다. 국내 부품업체 중 미래차 부품 생산이 가능한 곳은 고작 17% 정도다. 미래차의 초격차 기술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강남훈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완성차업계가 100년 만에 패러다임 변화를 맞고 있다"며 "적어도 경쟁국 수준의 지원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볍게 흘릴 말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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