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구속됐던 이우봉씨(61)에게 국가가 총 1억여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이씨와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이씨에게 약 4900만원, 이씨 아버지에게 1200만원, 이씨의 형제자매 5명에게 1인당 900여만원 등 총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1980년 5월, 전북 전주의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씨는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동기들과 함께 총궐기를 계획했다가 군 병력에 가로막혔다. 그는 같은 해 6~7월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이던 전 전 대통령과 군부의 광주 진압을 비판한 유인물 1700부를 만들어 전주 시내에 배포했다.
유인물에는 '전두환은 정권을 잡기 위해 서부전선에서 대치 중이던 병력을 빼돌려 안보를 위협하였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전 검열 없이 유인물을 제작해 계엄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징역 장기 9개월과 단기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1981년 4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1994년 광주 민주화 운동 보상심의위원회가 이씨에게 보상금 4500만원을 지급하고, 2021년 5월 헌법재판소는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에 정신적 손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헌재 판결 직후 계엄법 위반 혐의에 재심을 청구해 2021년 9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씨와 가족은 "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자신을 강제로 구금했고 그 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했다"며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며 총 1억2000만원의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한 불법 체포·구금 및 가혹행위로 인해 이씨가 입은 육체적·정신적 고통, 이씨의 모친과 나머지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불법행위는 국가기관이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행한 반인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행위가 발생한 때로부터 약 40여 년이 이르는 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됐고, 국민소득 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변동했다"며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올해 초 구금에 대한 보상금으로 신청한 형사보상금 8200만원을 지급받은 점을 참작해 위자료 청구액 일부를 감액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금인 위자료를 구하는 것으로, 이씨는 이와 별도로 올해 1월 형사보상금 8000여만원 지급 결정을 받았다. 또 1994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과 위로금 등 4000여만원을 받은 바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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