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적 조치 내용은 밝히지 않아, 전례 비춰 군사적 행동도 포함 관측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외교부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대해 “미국과 대만이 유착해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겨냥해 중국 측은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 6일 담화를 통해 “결연히 반대하며, 강렬하게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 규정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중국 측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엄중하게 해쳤으며,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엄중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미 관계에서 넘어서는 안 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대만 독립은 양안의 평화·안정과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으며, 또한 막다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강력한 조치가 무엇이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전례에 비춰 군사적 행동도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군 항모 산둥함 전단은 전날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스 해협을 통과한 뒤 대만 동남부 해역을 거쳐 서태평양으로 항행 훈련을 벌였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에도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외사위원회도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정부 '3호 정치인물(3인자)'인 매카시 하원의장의 행동은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 측의 약속을 심각하게 어기고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며 이는 "역사적 사실과 정의를 짓밟고 국제 법치를 파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이 총통은 과테말라와 벨리즈 등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하면서 미국을 경유하는 일정을 넣었고 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매카시 의원을 만났다. 이로써 차이 총통은 미국 영토 안에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난 첫 현직 대만 총통이 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 회동에 하원 미중 전략경쟁 특위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공화) 의원과 하원 중국문제특위 소속 카를로스 기메네즈, 애슐리 힌슨, 존 물레나, 미셸 박 스틸, 로브 위트먼(이상 공화), 세스 몰턴, 헤일리 스티븐스, 리치 토레스(이상 민주) 의원 등이 동석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또 대만에 우호적 행보를 보여온 존 커티스, 트렌트 켈리, 에이드리언 스미스, 라이언 징키(이상 공화), 줄리아 브라운리(민주) 의원 등 하원 18명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차이 총통이 매카시 의장과 접촉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훼손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또 하나의 도발이라고 규정한 상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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