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BBC,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 현지 조종사 루돌프 에라스무스는 1만1000피트 상공에서 비행을 하던 중 등에 차가운 느낌이 드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물병이 닿아 한기를 느낀다고 생각했다. 그는 “물병을 제대로 닫지 않았거나 셔츠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셔츠를 따라 기어오르는 일종의 시원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위를 자세히 살핀 그는 조종석 바닥을 기어다니는 맹독성 코브라를 발견했다. 에라스무스는 “솔직히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 뇌조차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며 “왼쪽으로 돌아 아래를 내려다봤더니 코브라가 좌석 아래에서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고 전했다.
코브라가 자신의 뒤쪽에 있는 승객들에게 이동해 승객들을 단체로 공황 상태에 빠지게 할 것을 걱정한 그는 일단 코브라를 조종석 구석으로 유도한 뒤 비상착륙을 결심했다.
당시 비행기에는 4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그는 코브라가 조종석에 출현했다고 설명하면 승객이 동요할 우려가 있어 잠시 망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이내 안내 방송을 통해 “현재 기내에 뱀이 있다. 내 자리 밑에 있으며, 최대한 빠르게 땅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현재의 상황을 사실대로 전달하고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에라스무스는 자신의 방송에 대한 승객들의 반응은 “완전한 침묵”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찰나의 순간동안 모두가 얼어붙어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렸을 정도”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객기는 약 10분 후 인근 비행장에 무사히 착륙했으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조종사에게 영웅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활주로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소방관들과 뱀 조련사 요한 데 클레르크가 해당 코브라를 찾기 위해 비행기 수색에 나섰으나 코브라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케이프 코프라가 활주로에서 경비행기에서 내렸는지, 경비행기 내부 어딘가에 아직 숨어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기내에서 발견된 케이프 코브라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독을 가진 코브라로 꼽힌다. 케이프 코브라에게 물린 뒤 방치하면 마비, 호흡 부전,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