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우리나라 1분기 경제 성적표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에다 경상수지 적자행진 등 악 소리만 들린다. 삼성전자는 7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75% 급락한 충격적인 실적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를 기록한 건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9%나 줄었다. 증권가 전망치를 한참 밑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어닝쇼크다. LG전자의 실적과 대조된다. LG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9% 감소한 1조49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6% 줄어든 20조417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로써 LG전자는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항목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뼈아픈 대목이 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대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 S23 판매 호조로 전체 영업이익의 추락을 겨우 막아냈다. 반도체 업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의미다. 급기야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삼성이 이날 "의미있는 수준까지 하향 조정중"이라며 감산을 공식화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당장 수북이 쌓인 재고를 털어내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감산과 재고정리로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은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올 들어 우리나라 수출 감소는 반도체 부진의 충격이 컸다. 삼성전자 충격이 거시경제에 임팩트를 주는 구조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달러(약 686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줄었는데 반도체가 무려 41.5%나 줄어든 게 결정적이다. 지난해 9월 수출이 23개월 만에 처음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한 뒤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비상등이 켜진 한국 경제를 곧추세우기 위해 장단기 성장 전략을 동시 가동해야 한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 성장 반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불쏘시개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수출 지원과 내수 진작 카드가 잘 활용되면 올해 경상수지가 연간 200억달러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잠재 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빼고 실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한 나라 경제가 보유한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제대로 활용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세계은행은 최근 560여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잠재 성장률이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특히 각국 정책입안자들의 대담한 성장 대책이 없다면 전 세계가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저성장의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재 성장률 확보 없인 침체의 악순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개혁뿐만 아니라 노동·교육·연금 개혁의 고삐도 바짝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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