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원로가수 고(故) 현미의 빈소가 마련되자 마자 첫날부터 톱 가수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7일 오전 서울 중앙대학교 장례식장 특실 1호에는 현미의 빈소가 차려졌다. 이날 빈소에는 아침 일찍 가수 현숙, 배일호, 정훈희, 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이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또한 하춘화, 설운도, 김흥국, 한지일, 장미화, 쟈니 리, 진성, 배인순, 남일해 등 유명 가수들도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특히 현미의 조카이자 배우인 한상진은 이날 현미의 큰아들인 이영곤씨를 빈소에서 만나자마자 끌어안으며 오열을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찬가지로 현미의 조카이자 가수인 노사연은 스케줄을 마치고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드러냈다.
더불어 나훈아, 이미자, 박구윤 등은 조화로 고인을 기렸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 가요계 대모를 추모했다.
장례식 중 현미의 큰아들 이영곤씨는 직접 취재진 앞에 서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이영곤씨는 "다른 어느 것보다도 혼자서 가신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며 "자식이 둘이나 있고 식구들도 많은데 혼자서 말 없이 가신 거에 대해서는 제 평생 불효로 남을 것 같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이영곤씨는 어머니 현미에게 남기고 싶은 말로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미의 조카인 노사연은 "이모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멋있고 훌륭했던 큰 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목소리도 그렇고 이모는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라고 이모 현미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이모가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생각한다"라며 "정말 기쁘게 좋은 나라, 천국으로 가셔서 지금 우리에게 '고맙고 행복했다, 걱정들 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해주실 거라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가요계 동료, 후배들의 애도 표명도 이어졌다. 하춘화는 빈소에 찾아 조문을 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현미에 대해 "저에게 '춘화야'라고 부르는 유일하신 분이셨고, 정말 우리 가요계를 지켜주셨던 분들이 이렇게 한 분 한 분 떠나시다 보니 너무 마음이 허전하다"라며 "누가 이제 이 자리를 메워줘야 되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장례위원장이기도 한 서수남은 현미의 비보에 "친가족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이었고 아직도 경황이 없다"라는 심경을 전하기도. 이어 "정말 큰 별이 졌다"라며 "누구나 다 가는 길이지만 이렇게 말 없이 떠났다는 것, 홀연히 떠나셔서 너무 아쉽고 가슴 아프다"라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가수 설운도는 현미를 두고 "모든 후배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분"이라며 "가요계의 큰 누나셨고, 모든 선배, 후배, 동료들이 좋아하셨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정말 누님이 100살까지 사실 줄 알았다"라며 "항상 10대 소녀 같은 마음으로 사셨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셨는데 이 비보를 듣고 너무 깜짝 놀랐다"라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진성은 "한 페이지의 역사가 이렇게 또 안타깝게 사라지는구나 하는 슬픈 감정이 든다"라며 "노래하는 후배 입장에서 선생님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는데, 벌써 이렇게 세월이 지나고 귀중한 어르신들이 안타까운 일을 당할 때마다 내 미래에 대한 생각도 들고 가슴속으로 너무나 큰 슬픔들이 밀려온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대한가수협회 측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에는 발인에 앞서 현미의 영결식이 진행된다. 사회는 개그맨 이용식이 맡으며 임진모 평론가가 고인의 약력에 대해 이야기한 후,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의 조사가 진행된다. 또한 가수 박상민과 알리가 추도사를 하며, 조가로는 지난 1964년 발매된 현미의 히트곡 '떠날 때는 말없이'가 결정됐다.
현미는 지난 4일 오전 9시37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현미를 발견한 팬클럽 회장 김모씨는 곧장 경찰에 신고해 현미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향년 85세.
장례식은 현미의 두 아들이 미국에서 지내고 있어, 아들의 귀국 뒤 차려질 예정이었으며 최종적으로 7일 오전 10시부터 빈소가 마련됐다. 장례는 대한가수협회장으로 5일간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대한가수협회 감사 서수남이, 장례위원은 협회 임원 이사진들이 맡는다. 발인은 오는 11일 오전 10시며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후 두 아들이 있는 미국에서 묘역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편 현미는 지난 1938년 평안남도 강동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평양에서 보냈다. 이후 6.25 전쟁 당시 1.4 후퇴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는 모습이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현미는 1957년 미8군 위문 공연에 오르면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62년에는 냇 킹 콜의 곡에 자신이 작사한 가사를 입혀 '밤안개'를 발표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현미는 '내 사랑아' '떠날때는 말없이' '보고 싶은 얼굴' '무작정 좋았어요' '애인' '몽땅 내 사랑' '바람' '왜 사느냐고 묻거든' 등의 히트곡들을 발매하며 많은 국민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현미의 슬하에는 유명 작곡가 고(故) 이봉조 사이에 낳은 아들 이영곤씨와 이영준씨가 있다. 첫째 아들 이영곤씨는 '고니'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둘째 아들 이영준씨는 가수 원준희의 남편이기도 하다. 현미는 가수 노사연과 연기자 한상진의 이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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