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전우원씨의 친모 최씨가 아들의 폭로에 동참하며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에 대해 털어놨다. 그러면서 전두환이 비자금 조성 용도로 사들인 수십억 원 상당의 미술작품을 전재용 씨가 박상아 씨에게 갖다 줬다고 했다.
7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전우원씨 귀국 후, 그와 동행 취재하며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전씨는 전두환 씨 일가의 비자금에 대해 폭로하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어머니 최씨와 통화를 연결했다.
전씨가 전두환 씨의 금고와 관련해 묻자 최씨는 "복도처럼 쭉 이렇게 할머니 옷장이 양쪽에 있었다. 그런 옷장 문인지 뭔가 있는데 그거를 쭉 밀면 벽이 회전했다. 은행 대형 금고같이 쇠로 된 핸들이 있었다. 엄마(본인) 안방 크기 정도 됐었고 거기 벽에 다 현금만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끊은 후 최씨는 전씨 일가의 재산 규모에 대해 장문의 메시지를 통해 추가로 설명을 이어갔다. 최씨는 통화에서 얘기했던 비밀 금고에 대해 "가택수색을 몇 번 당하시면서 그 금고는 다 흔적을 없애서 지금은 찾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옛날 할아버지 방 서재 벽에 있는 장에도 온통 현금이 가득했다. 항상 비서들이 보스턴백에 현금을 몇억씩 바꿔왔다. 주식 가져간 회사도 경호관이 아니고 비서분이 만든 회사"라며 떠오르는 기억들을 차례로 늘어놨다.
최씨는 또 비서가 다섯 명 이상 있었는데 그들이 모두 전두환 씨에게 목동 아파트를 한 채씩 받아 갔다고 폭로했다. 또 전두환 씨는 현금은 물론 수십억 원에 달하는 미술품까지 집안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최씨는 설명했다.
최씨는 "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故) 김환기 화가의 대표작 파란 그림이 있었다. 문짝 두 개만한 크기의 몇십억짜리 그림이었다. 너(전우원씨) 어릴 때 우리 집 식탁 뒤에 걸려있었는데 아빠(전재용씨)가 액자만 집에 버리고 그림만 말아서 새엄마(박상아씨) 갖다줬다"고 했다.
전씨의 아버지 전재용 씨는 최씨와 결혼한 상태에서 지난 2003년 탤런트 박상아 씨와 미국에서 중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재용 씨는 2007년 정식으로 최씨와 이혼 후 다시 한국에서 결혼, 박씨와의 사이에 2녀를 뒀다. 전우원 씨는 전재용 씨와 전 처 최씨 사이에 낳은 2남 중 차남이다.
광주에 가서 5·18유족들을 찾아 사과를 전한 전씨는 이후 아버지 전재용 씨를 꼭 만나고 싶다며 그의 집을 찾아갔다.
전씨는 로비에서 인터폰을 연결했지만 아버지는 응답하지 않았다. 한 시간 넘는 연락 시도에도 전재용 씨는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씨는 "한평생 저한테 실망만 안겨주신 분이라 이 한 시간이 별로 놀랍진 않다"며 체념했다.
그런데 전씨가 떠날 무렵 전재용 씨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전재용 씨는 "우원아, 왜 방송국 분들과 왔어"라며 아들이 혼자 와주기를 원했다. 그는 아들에게 "갑자기 왜 이러냐. 아빠도 살고 싶지 않다"며 괴로운 심정을 표했다.
전씨는 무서워서 취재진과 동행한 것이라고 답했지만 집에서 나오지 않는 아버지가 있는 곳을 향해 "아빠,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라고 소리쳤다. 그는 전재용씨에게 "아빠를 원망하지만 동시에 이해하고 사랑한다"며 아들로서 애틋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이후 제작진은 따로 전재용씨에게 아들의 폭로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번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 같은 애비에게 무슨 입장이 있겠나. 저와 가족들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는 무엇이 죄송한지 목적어 없는 사죄의 인사를 전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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