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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반지' 팔면 싹쓸이 하는 큰 손...연일 '금값 질주'하는 이유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0 07:30

수정 2023.04.10 07:30

국제 금값이 미국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진 영향으로 온스당 2천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은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금 현물. 연합뉴스
국제 금값이 미국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진 영향으로 온스당 2천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은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금 현물.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제 금값이 연일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울 기세다. 세계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패권에 저항하려는 중·러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등의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가격은 지난 6일(현지시각) 온스당 202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최근 한 달여 만에 약 8%가 올랐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 우려가 금값 강세를 부채질했다.
글로벌 은행 위기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부진한 미국의 고용지표가 발표되는 등 경기 침체 우려 신호가 명확해지는 추세다.

특히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시스템 위기는 금 수요를 더욱 부추겼다. SVB와 시그니처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 투자로 큰 손실을 보면서 채권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금의 상대적 매력은 더욱 올라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의 급등은 미국이 직면한 SVB발 신용 위험과 러시아와의 대립, 중국과의 갈등 등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며 "누적된 갈등 리스크에 지친 자금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시장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서 금 1g은 7일 전날보다 1.21%(1030원) 오른 8만6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3월 24일 금 시장 개장 이후 최고가다.

금값이 오르며 금을 팔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 금제품을 유통하는 한국금거래소의 송종길 대표이사는 "금값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자 돌 반지, 금팔찌 등 현물 금을 팔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3월 16일부터 4월 6일까지 전국 100여개 가맹점(한국금거래소)에서 매입한 금 총량이 390kg에 이른다"고 말했다.

금 시장의 최대 '큰손'인 각국 중앙은행도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패권이 흔들리면서 주요 중앙은행은 금 보유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터다. 특히 금융 제재 과정에서 막대한 외환보유고가 장부상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 축적을 멈추고 금과 중국 관련 자산 보유를 늘리고 있다. 최다 금 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 간 밀월 관계가 심화하면서 이들 국가는 달러 패권에 저항하려는 목적으로 금 보유를 더욱 늘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실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석달 연속 순매수하면서 금 보유량이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최근 1년여 만에 금 보유량을 공개한 러시아 중앙은행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년 동안 100만온스가량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금값을 떠받쳐왔던 각국 중앙은행도 금을 쟁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 보유고는 올해 1월 74t, 2월 52t 늘었다. 중국인민은행이 2월 한 달 동안 사들인 금만 25t에 달한다. WCG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 1년 사들인 금은 125t가량이다. 크리산 고폴 세계 WGC 수석분석가는 "2023년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2010년 이후 가장 강한 출발을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진다.
외환정보업체인 오안다 수석 시장분석가인 크레이그 얼람은 "많은 데이터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추가 상승으로 미지의 영역(최고가)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 4분기까지 금값이 온스당 2200달러, 씨티은행은 23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릿지 워터의 레베카 패터슨 최고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금리와 달러 하락 등도 금값 상승의 요인이지만 구조적인 요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라며 "투자와 귀금속 수요 외에도 중앙은행 수요가 이어져 올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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