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비판
"美 불법 감시에 속수무책인 韓 정부"
신화통신·CCTV·관찰자망 등도 보도
"美 불법 감시에 속수무책인 韓 정부"
신화통신·CCTV·관찰자망 등도 보도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의 한국 정부 고위 인사 도·감청 의혹을 중국 주요 관영 매체도 신속하게 다뤘다. 갈수록 악화되는 미중 관계, 외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하던 한국이 새 정부 들어 뚜렷하게 미국 편으로 기울어졌다는 점 등을 의식한 듯 강한 비판을 쏟아낸 매체도 나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0일 사설에서 “미국 첩보활동의 내부 운영이라는 ‘보기 드문 창구’가 처음 열렸다”며 “이는 러시아는 물론 동맹국에 대한 감시 도청까지 자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첩보활동을 ‘바퀴벌레’에 비유했다. 밝은 곳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되면, 어두운 곳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바퀴벌레 천 마리가 있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미국의 정탐 활동이 광범히 하게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환구시보는 “폭로 사건은 미국의 ‘진실한 몸통’이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엄청난 양의 더러운 것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불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미국을 인식하고 어떻게 그들과 상대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공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한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담담하지만 감시당하는 느낌을 즐길 수는 없다”면서 “비밀 누설은 미국 동맹 체제에 대한 신뢰의 균열을 더욱 확대시켰다”고 강조했다.
한미 관계를 놓고는 '나쁜 사람의 앞잡이가 된다'는 뜻의 성어 '위호작창(호랑이에게 잡아 먹힌 사람은 죽어서 창귀가 돼 호랑이가 먹이를 구하러 갈 때 길잡이 노릇을 한다)'이라는 성어를 쓰기도 했다.
이 매체는 "원칙을 견지하면 존중을 받지만, 위호작창하면 결국 반드시 호랑이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된다"며 "국제 관계의 역사와 현실은 이러한 경험과 교훈을 매우 많이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대통령실이 "미국과 필요한 소통을 할 것"이라고 밝힌 부분에선 "여론을 얼버무릴 수는 없고, 미국의 불법 감시에 속수무책인 한국 정부의 무력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 첩보·감시 활동의 중대 피해 지역"이라며 "한국의 자주성과 권리를 미국이 뼛속 깊이 불신하고 존중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환구시보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기사를 주로 다루는 매체로 꼽힌다.
중국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의 직속사업단위에 소속된 신화통신은 미 뉴욕타임스(NYT)를 인용, 최근 트위터 등 여러 소셜미디어(SNS)에 미군 비밀문서가 다수 올라왔고, 여기엔 미국이 한국 정부 고위층의 내부 논의를 감청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영 매체인 관찰자망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 정보기관이 한국 등 동맹국을 장기간 도청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진보 언론들이 이를 ‘주권 침해’의 악재로 규정하거나 양국 관계의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매체 펑파이신문도 관련 한국 언론의 기사를 빌려 “미국과 소통을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중국매일경제신문, 신경보 등도 대동소이한 뉴스를 다루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와 관련한 발언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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