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언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손절 의사를 보였다. 국민의힘이 전 목사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 민심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에 대해서는) 나중에 필요할 때 얘기하겠다. 그 사람은 우리 당 당원도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전 목사처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극단적인 언행을 하는 인물에 영향을 받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마치 국민의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왜곡하는 발언은 더이상 용납 않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가 두려워 하는 건 오직 국민, 우리가 영향을 받는 대상도 오직 국민뿐"이라며 "국힘지도부는 국민과 청년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혔다.
전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들은 권력을 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며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그 사람들이 자기 통제가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재원 최고위원이 우리 교회에 와서 조금 실언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같은 당의 사람은 품어야지 왜 같은 당에서 싸우느냐"라며 "한국교회의 목표는 다음 총선에서 200석을 서포트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 정치인들은 각성해 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앞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8 전당대회 직후 전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을 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 전 목사와 절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당 지도부가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해 전 목사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와 당은 아무 관계가 없다"라며 "다른 당의 대표인데 전 목사 발언이 국민의힘에 자꾸 연결돼 있다. 우리가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