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원로가수 고(故) 현미(본명 김명선)의 영결식과 발인식이 유족들과 동료들의 안타까움 속에 진행됐다.
11일 오전 9시30분시께 서울 중앙대학교 장례식장에서 현미의 영결식 및 발인이 엄수됐다. 이날 코미디언 이용식의 사회 아래 영결식이 거행된 뒤 발인 및 운구가 이뤄졌다.
이날 영결식에는 조카 한상진, 노사연, 노사봉을 비롯해 한지일, 서수남, 양지원, 김수찬,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 남일해, 박상민, 알리, 엄영수 등이 여러 연예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후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의 조사, 가수 박상민과 알리의 추도사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이용식은 "오늘의 현미 누님과 작별하기 위해 누님께서 평소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동료, 후배, 일가 친척 모두 이 자리에 모셔서 슬픔 속에 영결식을 진행한다"라며 "많은 분들이 현미 누님의 90세 졸수연, 100세 상수연을 마음 속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 영결식을 진행하게 됐다"라고 얘기했다.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현미 선생님께, 수십년 동안 노래처럼 떠날 때는 말없이 한 마디 말씀도 없이 떠나가셨다"라며 "선배님의 호탕한 그 웃음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언제나 선배님이 계시는 자리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어나고 선배님의 무대는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파워풀한 가창력과 뜨거운 열정이었다"라며 "세월이 흘러도 현역이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셨다"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 회장은 "가수협회를 방문하실 때마다 '힘들지?'라고 제게 용기를 주시고 응원해주시면서 우리도 협회가 있어서 참 좋다고"라고 말하면서는 눈물 탓에 선뜻 말을 떼지 못하기도. 그러면서 이 협회장은 "선배님 모습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하늘나라에서도 선배님 노래 수많은 별들 중에 가장 아름답고 큰 별이 되어서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시고 남은 열정과 못다한 꿈은 하늘나라에서 꼭 이루시길 바란다"라고 고인에게 인사를 전했다.
박상민은 "몇 년 전에 미국에서 공연할 때 아무 조건 없이 게스트로도 서 주셨다"라며 "며칠 전에 슬픈 소식을 듣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라고 고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밝혔다. 이어 "여든이 가까운 연세에도 최근까지 활동하시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라며 "대스타이자 닮고 싶은 선배님이셨다"라고 현미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알리는 "안개처럼 떠나버린 고 현미 선배님"이라며 "처음 선배님의 비보를 접하고 믿을 수 없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지금도 무대 위 선배님 모습이 선한데 여전히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불후의 명곡' 이봉조 선생님 편에서 선배님을 만났는데, 당시 제 노래를 듣고 눈물 짓던 선배님 목소리 눈에 선하다"라고 고인과의 추억을 되돌아봤다.
알리는 "선배님의 가요계 업적을 후배들이 본받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공연을 하셨다기에 놀라웠다, 깊이 있는 목소리 온몸을 뒤덮는 울림, 저 역시 가수로서 선배님의 열정을 닮고 싶다"라고 추도의 뜻을 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참석자들은 이날 조가로 고인의 히트곡 중 하나인 '떠날 때는 말없이'를 불렀다. 이후 유가족 분향 및 헌화가 진행됐고 서수남 장례위원장과 대한가수협회 이사진들의 헌화 뒤 발인이 진행됐다. 발인 후에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후 고인의 두 아들이 있는 미국에 묘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날 운구에는 대한가수협회 협회원들 및 현미의 가요계 동료, 후배들이 참석했다. 조카 한상진이 영정을 들고 아들 이영곤씨와 이영준씨가 행렬의 앞에 섰다. 이어 현미의 조카인 노사연, 노사봉도 뒤따랐다.
앞서 현미는 지난 4일 오전 9시47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현미를 발견한 팬클럽 회장이 곧장 경찰에 신고해 현미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향년 85세다.
장례는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지난 7일 오전 10시부터 5일간 치러졌다. 고인의 빈소에는 수 현숙, 배일호, 정훈희, 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이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또한 하춘화, 설운도, 김흥국, 한지일, 장미화, 쟈니 리, 진성, 배인순, 남일해 등 유명 가수들도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더불어 나훈아, 이미자, 박구윤 등은 조화로 고인을 기렸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 가요계 대모를 추모했다.
특히 현미의 조카이자 배우인 한상진은 현미의 큰아들인 이영곤씨를 빈소에서 만나자마자 끌어안으며 오열을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찬가지로 현미의 조카이자 가수인 노사연도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드러냈다.
현미는 지난 1938년 평안남도 강동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평양에서 보냈다. 이후 6.25 전쟁 당시 1.4 후퇴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는 모습이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현미는 1957년 미8군 위문 공연에 오르면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62년에는 냇 킹 콜의 곡에 자신이 작사한 가사를 입혀 '밤안개'를 발표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현미는 '내 사랑아' '떠날때는 말없이' '보고 싶은 얼굴' '무작정 좋았어요' '애인' '몽땅 내 사랑' '바람' '왜 사느냐고 묻거든' 등의 히트곡들을 발매하며 많은 국민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현미의 슬하에는 유명 작곡가 고(故) 이봉조 사이에 낳은 아들 이영곤씨와 이영준씨가 있다. 첫째 아들 이영곤씨는 '고니'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둘째 아들 이영준씨는 가수 원준희의 남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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