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방 추체간 유합술, 빠른 회복이 장점
[파이낸셜뉴스] 만 47세, PGA 골프선수이자 ‘골프의 황제’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는 허리 디스크로 4차례 수술을 받은 바 있다. 회전을 반복하는 운동인 골프에서 허리 디스크는 선수가 기량을 발휘하는 데 제법 치명적이었기에 때문이다.
우즈는 3번의 디스크 제거술을 받았으나 증상이 재발해, 결국 지난 2017년 척추 유합술을 받았다. 그의 수술에 평론가들은 향후 기량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유합술을 받으면 움직임이 줄어들어 재기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는 약 1년 후 보란 듯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렇다면 타이거 우즈가 받은 척추 유합술은 어떤 것일까.
척추 유합술은 척추뼈의 안정을 위해 척추 사이에 뼈나 인공뼈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두 개의 뼈를 나사못 등을 통해 하나로 합쳐 척추 분절을 하나의 뼈로 만든다. 절개 위치에 따라 전방과 후방 유합술로 나뉜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석상윤 교수는 "타이거 우즈는 전방, 그중에서도 사측방(옆구리 접근) 추체간 유합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전방 유합술을 시도할 경우 허리 전방에 있는 장을 제치거나 지나가야 했다. 주변에 혈관이 많아 수술 시야 확보가 어렵거나 그렇지 않으면 고관절의 일부 근육(장요근)을 손상시키면서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반면 후방 유합술의 경우는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척추 주변의 근육, 즉 기립근을 모두 절개하며 수술 부위로 접근하기 때문에 근육 손상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근육과 혈관 사이 공간으로 비스듬하게 척추로 접근해 근육 손상을 줄일 수 있는 사측방 추체간 유합술이 개발된 것이다.
최근 허리 후방 유합술은 사측방 추체간 유합술과 경피적 나사 고정술로 대체되는 추세다. 이 두 가지 수술을 통해 척추의 신경관을 직접 감압하지 않고 무너진 디스크 공간을 넓혀 간접적인 감압 효과를 얻으며, 나사 고정술을 통해 재발의 위험을 막는다.
사측방 추체간 유합술과 경피적 나사 고정술의 첫 번째 장점은 후방의 허리 근육을 살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후방 유합술 후 발생할 수 있었던 특발성 후만증(허리 굽음)이나 인접 분절 질환의 발생률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신경 마비나 경막 손상 등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측방 유합술은 척추관 자체를 간접적으로 넓혀주는 방식으로, 수술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집도의가 신경을 조작하거나 건드릴 일이 없다. 세 번째로는 빠른 회복을 꼽는다.
석 교수는 “이전 수술 방법과는 다르게 상처가 3~4㎝가량으로 작고 근육 손상이 적으며, 배액관을 삽입하지 않아 입원 기간이 대략 일주일 이내”라며 “게다가 일반적으로 수술 후 2~3일 내로 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허리 굽음이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 후 허리 굽음을 일부 교정할 수 있으며, 후방 유합술을 시행했던 환자라면 재수술 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시행빈도가 늘고 있는 사측방 추체간 유합술은 흔히 말하는 ‘최소 침습 치료’ 분야 중 하나다. 즉 절개 부위를 최소화함에 따라 회복 속도를 높이고, 우리 몸의 정상 구조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줄이는 방식이다. 과거 개방형 수술만 생각하던 때와는 다르게 현재는 수술법 결정에 있어 최소 침습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차 퇴행하는 척추 질환에서 이러한 최소 침습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도의가 척추 주변의 해부학적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혈관이나 장 등 다른 정상 구조물이 척추와 다소 인접해 있는 환자는 같은 수술을 하더라도 더욱 주의가 요구되며, 위험도가 너무 높은 경우라면 다른 수술법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수술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석 교수는 “척추 수술의 위험도는 이전보다 확실히 감소했다고 보고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최소 침습 치료만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며 “환자 또한 여러 경로를 통해 수술법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수술 방법을 자의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치료 효과를 높이고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맞춤 치료법을 의료진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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