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도서관, 이달부터 3개월 동안 직지 실물 일반 공개
국내 대여 전시에 대해서는 선 그어
국내 대여 전시에 대해서는 선 그어
[파이낸셜뉴스] 프랑스의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1973년 전시회 이후 약 반세기만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의 하(下)권을 대중에 공개했다. 도서관은 직지의 경우 약탈 문화재가 아니라며 한국을 포함해 국외 반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립도서관은 11일(현지시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언론 초청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4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열린다.
도서관은 이번 전시회에서 직지 하권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했으며 수장고에 보관중인 해당 서적을 이처럼 공개한 것은 1973년 '동양의 보물' 전시회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로랑스 앙젤 관장은 이날 오후 한국의 문화재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앙셀은 이전부터 한국 기관과 협업해 직지를 물리적,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이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보관중인 또 다른 한국 자료와 비교·대조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앙젤은 "공동의 역사인 직지의 중요성, 그리고 당시 기술을 더 잘 이해하는데 직지의 역사를 인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과학적인 작업을 국제적인 지평에서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지의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승려인 백운 경한(1298∼1374) 스님이 역대 여러 부처와 고승의 대화, 편지 등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편찬한 책으로 고려 우왕 3년(1377년)에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직지 하권은 조선 주재 프랑스 공사를 지냈던 콜랭 드 플랑시가 1880~1890년 사이 조선에서 구입해 프랑스에 가져갔다고 알려졌다. 이후 1911년에 골동품 수집자인 앙리 베베르가 해당 서적을 경매로 낙찰 받은 뒤 보관하다 1952년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직지는 세계 인쇄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보다 78년 앞선 인쇄본이다. 직지는 상·하 2권으로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만 남아있다.
앙셀은 직지를 한국에서 전시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희귀 고서는 해외 전시를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는 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지난 2011년에 보유하고 있던 ‘외규장각 의궤’를 영구 대여 방식으로 한국에 건넸다. 해당 문서는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강화도에서 약탈한 것이다. 그러나 직지는 반출 경로가 이에 비해 명확한 편이며 국제적으로 반환을 요구하기 어렵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직지의 한국 전시를 위해 여러 번 대여를 요청했으나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한국이 직지를 압류하지 않겠다는 법적인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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