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뉴스, 학교 보이콧에도 로스쿨 순위 발표...예일대 1위
로스쿨 평가 기준 놓고 학교 반발, 점수 위주 평가 비난
순위 이탈 원인 중 하나로 '소수인종우대정책' 지목
美 대학, 인종 다양성 내세우며 미리 대학 순위와 결별 추정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공정성 시비로 미국 명문대와 마찰을 빚고 있는 대학 순위 선정 매체가 협조 거부(보이콧) 선언에도 불구하고 올해 최고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예일대학교를 꼽았다. 미 언론들은 대학 순위 논란이 단순한 기준 문제가 아니라 '소수인종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둘러싼 좌우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오는 6월 미 대법원 판결 전후로 더욱 논란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보이콧' 나선 예일대, 또 로스쿨 1위
미 언론사 US뉴스&월드리포트(이하 US뉴스)는 11일(현지시간) 올해 로스쿨 순위 예비 자료를 공개하고 전체 192개 로스쿨 가운데 상위 14개 대학교의 순위를 먼저 발표했다. 전체 순위 자료는 다음주에 나올 예정이다. 예일대와 스탠퍼드대학교가 공동 1위를 차지했으며 3위는 시카고대학교였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도 공동 4위에 올랐다.
1933년 창간한 US뉴스는 1983년부터 미국 내 대학 순위를 매겨 공개하고 있으며 로스쿨뿐만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 인문대 등 다른 분야의 순위도 발표한다. 이들의 평가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순위로 인정받고 있으며 학생 유치가 급한 중소 대학들은 상위권에 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번 순위가 이목을 끈 이유는 상위 14개 대학 로스쿨 가운데 12개 대학에서 지난해부터 로스쿨 순위 보이콧을 선언하고 US뉴스에 학교 내부 자료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위 14개 대학 가운데 학교 자료를 제공한 곳은 시카고대와 코넬대학교(13위)뿐이었으며 예일대는 자료를 주지 않았음에도 1위에 뽑혔다. US뉴스는 자료를 받지 못한 로스쿨을 평가하기 위해 졸업생들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과 졸업 이후 10개월 동안 채용 현황 등의 외부 통계를 참조했다고 발표했다. 예일대는 지난 1990년부터 꾸준히 로스쿨 1위를 지켜왔으며 지난해 11월에 처음으로 로스쿨 순위 보이콧을 선언하며 다른 대학의 참여를 이끌었다. 히더 거킨 예일대 로스쿨 학장은 이번 순위에 대해 과거에도 전혀 순위를 신경 쓰지 않았다며 지난해 보이콧 결정에 대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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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 vs 실력주의
거킨은 지난해 11월 보이콧을 선언하고 로스쿨 순위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공공선이 아닌 오로지 시험 점수와 취업 결과로 학교를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거킨은 학교가 순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로스쿨입학시험(LSAT) 점수가 높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야하고 저소득층 학생에 지급하는 장학금은 장학금 평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US뉴스가 변호 봉사활동을 통한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을 평가에서 감점 요인으로 분류하고 공익 변호사로 활동하는 졸업생을 실업자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US뉴스의 에릭 거틀러 회장은 지난 2월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낸 기고문에서 자신들의 순위 평가 기준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쿨이나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막대한 돈과 시간을 써야하며 미래 직업 기회나 잠재적인 소득, 삶의 질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틀러는 일부 학교가 자료를 주지 않았지만 2022년 순위 평가에 참여했던 로스쿨 가운데 75%가 2023년 조사에도 협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들의 보이콧이 실력주의와 공정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지만 US뉴스의 순위가 대학 내 다양성이나 투명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거틀러는 “엘리트” 대학원들이 "독립적인 제 3자가 만든 순위를 통제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일반적인 자료를 사용해 순위를 만드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US뉴스는 로스쿨을 비판하는 동시에 조사 방식을 일부 수정했다. 2023년 순위에서는 로스쿨 입학생들의 평균 학점 등 일부 통계는 비중이 줄거나 제외됐다. 미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의 윌리엄 트리너 학장은 로스쿨의 학생당 예산 지출액이 평가에서 빠지고, 학교가 지원하는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졸업생을 평가에 반영한 것은 환영할 만하나 아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의 평균 변호사 시험 합격률(60%)이 유타주의 합격률(90%)보다 훨씬 낮다며 이러한 지역별 차이도 순위에 반영해야한다고 밝혔다.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인종차별'
미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매거진은 지난해 11월 30일 보도에서 대학 순위 논란의 원인이 결국 소수인종우대정책이라고 진단했다.
해당 정책은 미국에서 흑인 인권운동이 한창이던 1961년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의해 처음 도입된 제도다.
제도의 취지는 인종과 성별, 종교 등의 이유로 소수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어 차별을 줄이는 것이나 이는 수십 년 동안 주류 세력인 백인들을 역차별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좌파 세력이 강한 대학가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받는 인종 가산점때문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둔 백인 및 아시아 인종 학생들이 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명문대에서는 백인보다 기부금에 인색한 아시아인 학생들의 입학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뱃시 맥코이 전 뉴욕주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26일에 우파 매체 뉴욕포스트에 기고를 내고 좌파 세력이 다양성을 내세우며 아시아인 학생들을 인종차별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하버드 대학이 흑인들에게는 별도 공간을 제공하며 우대하면서도 아시아인 학생들에게 이른바 '품성'같은 잣대를 들이밀어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 학생 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는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소수인종우대정책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은 이르면 올해 6월에 나올 전망이다.
슬레이트매거진은 명문 로스쿨들이 대법원의 위헌 판결 이후에도 소수인종우대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학 순위에서 이탈할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US뉴스의 대학 순위에서 상위권에 머물려면 필연적으로 높은 성적을 거둔 학생을 선발해야 하며 백인과 아시아인 학생들의 성적이 흑인 및 히스패닉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슬레이트매거진은 결국 로스쿨들이 순위 유지를 위해 백인 및 아시아인 학생을 더 뽑느니 아예 순위 자체와 결별하려는 계획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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