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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도 다시 봤건만..속출하는 대형산불 속수무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3 06:00

수정 2023.04.13 06:00

특별대책에도 또다시 발생한 대형산불..피해 줄일 방법 없나
강릉일대 대형 산불 강풍 삽시간에 주택.펜션 등 집어 삼켜
강릉 산불 축구장 약 530개 규모 태우고, 인명사고도 발생
전문가 "전신주 주변 나무 가지치고, 지상진압 전력 대폭 확충해야"
1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저동골길 펜션단지가 전날 발생한 강릉 산불 화재로 전소돼 있다. /사진=뉴스1
1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저동골길 펜션단지가 전날 발생한 강릉 산불 화재로 전소돼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이달까지를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하는 등 산불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으나 또 다시 대형산불이 강원 강릉일대에서 번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약 8시간만에 주불이 진화된 강릉지역 산불은 축구장 약 530개 넓이를 태우고 주민 1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소방 전문가들은 산불 예방과 함께 산불로 인한 초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더 촘촘하게 소방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풍타고 번진 강릉산불 막대한 피해 남겨

13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축구장 면적(0.714㏊)의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소실됐다. 산불이 옮겨 붙은 집을 빠져나오다가 80대 주민 1명이 숨지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재민은 323세대, 639명이 나왔다.

이번 산불의 원인은 전선단락으로 추정된다. 산림청은 화재 발생 당일 감식결과,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이 단락됐으며 이로 인해 전기불꽃이 발생, 산불이 난 것으로 파악했다.

기존과 다르게 민가와 인접한 곳에서 산불이 발생한 만큼 주민들에게 닥친 위험도 컸다는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보통 산불은 산 깊숙한 곳에서 발생해 민가 쪽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안전조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라며 "하지만 이번 산불은 마을과 인접한 야산에서 시작돼 일반적인 방어조치를 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람이 아무리 불을 빨리 끄려고 해도 상황이 갖춰지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다만 전선단락을 사전에 예방하는 등 조치가 필요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이라는게 결국 예방이 최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전신주 주변에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면 가지치기를 해서 위험성을 줄이고 낙엽을 없애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2일 강원 강릉시 저동에 있는 강원도 유명문화재 방해정(放海亭) 내부가 검게 타 있다. 방해정은 전날 산불로 인해 일부가 소실되는 피해를 봤다. /사진=연합뉴스
12일 강원 강릉시 저동에 있는 강원도 유명문화재 방해정(放海亭) 내부가 검게 타 있다. 방해정은 전날 산불로 인해 일부가 소실되는 피해를 봤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소방당국의 지상 진압 전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내 산불 진압 역량은 공중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기상상황에 따라 헬기 등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악천후나 야간 상황에는 공중 진압에 대한 제약이 크다"라며 "산속 깊은 곳은 산불진화대가 접근하기 어렵지만 어제 같은 사례는 야산이었기 때문에 지상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다양한 소방역량 확충과 인력체제 개선 시급"

이 교수는 이어 "현재 지상 진압은 공중 진압의 보조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라며 "산불진화대의 인원을 늘리는 등 지상 진압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방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인력 체제를 개선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 교수는 "산불 진압은 산림청과 소방으로 이원화되어있는 상태"라며 "산불 진압의 주된 진화인력은 산림청에 있는데, 화재에 대해선 소방청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일원화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애초에 최초 신고가 접수되는 것도 소방청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8시간여만에 진화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재발화 신고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소방 당국이 장비 192대, 인력 463명을 투입해 잔불 정리 등 야간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8시간여만에 진화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재발화 신고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소방 당국이 장비 192대, 인력 463명을 투입해 잔불 정리 등 야간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화재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릉의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강원도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강릉 일대 생활기반건축물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국가 차원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행안부는 강릉시 산불피해의 조기수습을 위해 특교세 12억원과 재난구호사업비 6400만원을 긴급지원하기로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연평균 산불 535건 가운데 347건(64.9%)이 봄철에 발생할 정도로 봄은 산불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초 봄철을 앞두고 산불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해왔다.

올해 1월에는 지자체의 산불 예방 활동과 진화 장비 정비를 위해 특별교부세 1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달 6일부터 이달 30일까지는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산불 경보도 '주의'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초 "비가 내리는 우기까지 특별대책 기간으로 지정, 예방과 상황 관리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긴급지시했고, 행안부도 산불 방지를 각별히 촉구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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