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연극 주역
[파이낸셜뉴스] 연극 ‘오셀로’ 개막을 앞둔 배우 박호산이 지금의 예명으로 활동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무대와 브라운관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박호산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계기로 브라운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나의 아저씨‘의 박상훈도 잊지 못할 배역이다. 영화 ’낙원의 밤‘에서 펼친 악역 연기도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극 '얼음', 뮤지컬 '빅피쉬' 등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오셀로’는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연극으로, 5월 12일~6월 4일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은 앞서 “연극 ‘오셀로’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토월정통연극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박호산은 특히 2005년 ‘아가멤논’이후 처음으로 토월정통연극을 하게 됐다. 그동안 예술의전당 무대에 수차례 섰지만, 토월정통연극 시리즈로 돌아온 것은 18년 만이다. 당시만 해도 본명 박정환으로 활동할 때였고, 치열한 오디션 끝에 주역 자리를 꿰찼다.
이번에는 러브콜을 받고 주역 '오셀로'를 연기하게 된 박호산은 "영광"이라면서 “호산은 할아버지 이름”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 때부터 박호산이라는 예명을 사용했다”며 “서른 아홉 무렵 지난 내 인생을 반성하게 됐고, 이전의 나를 싹 지우고 다시 한번 제대로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10년 주기로 (삶의) 변화를 맞았다. 고등학교 막 졸업했을 때는 세상에 참 많은 직업이 있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20대를 거쳐 30대에는 개인적 삶이 꼬이면서 뭔가 억울하고 많이 외로웠다. 그리고 마흔을 코 앞에 두니 내가 지난 세월 잘못한 일들을 반성하게 되더라”고 돌이켰다.
“어느 밤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나를 호산이라고 부르면서 혼내셨다. 왜 나를 호산이라고 부르시지? 근데 호산이라 불리니까 뭔가 혼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정신 차리고 다르게 살아보자, 잘 살아보자는 마음에 박호산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예명을 갖게 된 후 혹시 하는 일이 잘 풀렸냐고 묻자 그는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 아니라 (삶에 대한) 내 마음가짐을 바꿨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든 것 같다. 이젠 그걸 잘 유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어느덧 50대다. 다시 새로운 10년을 맞이했다는 말에 그는 “이번에도 좋은 게 왔다”며 “그게 무엇인지는 비밀”이라며 웃었다.
한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는 베네치아의 무어인 용병 출신 장군 오셀로가 악인 이아고에게 속아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질투하다 결국 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오셀로 역에는 동갑내기 배우 박호산과 유태웅이 캐스팅됐다. 오셀로의 기수장이자 질투의 화신 이아고 역은 ‘양손프로젝트’로 활동 중인 손상규가 맡는다.
귀족 브라반티오의 딸로 오셀로와 사랑에 빠진 데스데모나 역에는 이설, 이아고의 부인 에밀리아 역에는 이자람, 원로원 의원이자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브라반티오 역은 이호재가 맡는다.
여기에 실험적이고 세련된 연출로 동시대와 호흡하는 박정희가 연출을 맡는다. 시노그래퍼(무대미술가) 여신동과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의상 디자이너 김환 등 젊은 창작진들이 합세했다.
"오셀로는 맹목적으로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경주마와 같다. 마냥 고결하지도, 미련하지도 않은 오셀로의 입체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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