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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예타기준 잇단 완화…세수부진 속 가중되는 재정부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2 16:14

수정 2023.04.12 16:14

'SOC·R&D 예타 면제 기준 1000억으로 상향' 국회 소위 통과
24년 만에 첫 완화…세수부진 속 재정부담 가중 우려 제기돼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는 12일 회의를 개최 예타 대상사업 기준 금액을 조정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해 4개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는 12일 회의를 개최 예타 대상사업 기준 금액을 조정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해 4개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 주는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 문턱을 넘어섰다. 오는 17일 기재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를 남겨놓고 있다. 여야 합의여서 4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통과될 게 확실시 된다. 예타 면제 기준이 바뀌는 것은 1999년 제도 도입 후 24년만에 처음이다.
경제와 재정규모가 확대된 것을 감안할 땐 조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사회간접자본(SOC) 남발로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대가 강해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은 없었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재정지출 기강을 무너뜨리고 재정건전성 훼손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는 기업실적 부진에다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세수결손이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24년만의 예타 기준 완화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다.

SOC·국가연구개발(R&D)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SOC 사업 범위를 도로, 철도, 도시철도, 항만, 공항, 댐, 상수도, 하천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건설공사로 명문화했다. 새 예타 기준은 SOC·R&D 사업에만 적용된다. 나머지 사업들에 대해서는 현행 기준(총사업비 500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이 유지된다.

예타 대상 기준 상향은 역으로 재정 투입 대비 사업 타당성을 꼼꼼히 따지는 '예타 그물'서 벗어나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SOC, R&D사업이 난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법안 통과가 임박하면서 환영 입장이다. 지역별로 이같은 사업들이 산적해 있다. 2021년 12월부터 예타가 진행 중인 충남 서산공항, 제2인천의료원, 울산 'R&D 비즈니스밸리 연결도로 개설 사업' 등이 예타 면제 수혜를 받을 사업으로 유력하다.

■ 국가재정부담 가중 전망

예타 면제 기준 상향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는 긍정적 부분도 있다. 하지만 국가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법안은 확실하다. 무분별한 SOC 건설 등 포퓰리즘을 허용해 주는 측면이 있어서다.

이에더해 공공기관의 예타 대상 사업 기준금액도 올해부터 상향조정됐다. 지난해까지는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기관·정부부담액 500억원일 경우 예타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각각 2000억원 이상, 1000억원으로 2배 올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통해 현재 시행 중이다.

국가재정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예타 면제 기준이 완화되면서 우려가 더 크다. 세수는 주는 데 지출은 더 늘어나는 법안들이 추진 중이거나 국회를 통과해서다. 매년 1조여원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현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중이다.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에서 올리고 저소득 청년에게 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에반해 국가채무는 지난해 1000조원을 넘어섰다. 올 한해에도 나라빚이 66조7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금도 예상보다 덜 걷힐 것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실상 시인했다. 예산상 계획보다 20조원 넘게 부족해 2019년 이후 4년만에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세수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세율을 낮춘 유류세와 개별소비세 등 원상복구나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산정기준으로 활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80%로 되돌리는 방안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동시에 실질적 나라살림살이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도입과 연계도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예타 면제 금액이 상향돼도 시간상으로 내년 예산과는 연계성이 적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업효율성 등을 감안하지 않아도 돼 지역의 요구는 늘어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여야는 예타 면제 기준 완화와 재정준칙 도입을 연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야당 반대로 재정준칙 법제화 합의가 지연되자 예타 면제 기준 상향부터 처리됐다.
국회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최근 세수감소 등에 대해 우려하면서 "(지출 구조조정과 누적 체납액 징수 등과 함께)재정준칙을 법제화해서 재정건전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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