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찰에 따르면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는 배후로 지목된 부부 유상원(51)·황은희(49)를 비롯해 '지시책' 이경우(35), '행동책' 황대한(35)·연지호(29), 이경우의 아내 B씨, 범행 준비 과정에서 중도 이탈한 20대 이모씨까지 총 7명이다.
■코인 투자 실패가 원인
시작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혼 관계인 유상원·황은희와 A씨는 가상자산인 '퓨리에버 코인'을 홍보하고 초기 투자를 함께 한 관계로 알려졌다.
이들 관계가 틀어진 것은 퓨리에버 코인이 폭락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면서부터로 보인다. 퓨리에버 코인은 지난 2020년 11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 상장 이후 1만원 이상으로 올랐지만 2021년 3월 2000원대로 급락했다. 현재 2~3원까지 평가가 떨어진 상태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이경우다. 이경우는 퓨리에버 코인 투자 피해자 중 한명으로 A씨를 비롯한 투자자들과 함께 황은희의 시세조종이 퓨리에버 코인 폭락 원인이라고 의심했다고 한다. 이에 이들은 지난 2021년 3월 유상원·황은희 부부가 투숙하고 있던 호텔에 가서 감금·협박하고 총 1억9000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빼앗는 사건을 벌였다. 해당 사건으로 이경우는 공동공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A씨는 불송치 결정이 났다.
이후 이경우와 A씨의 행보는 갈라지게 된다. 이경우는 지난 2021년 9월께 유상원·황은희 부부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등 관계를 회복됐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이경우에게 3500만원가량을 빌려주고 법률사무소 취직에도 힘을 보태기도 했다. 반면 A씨와 유상원·황은희 부부간에는 송사으로 복잡하게 얽히기만 했다.
납치·살해 계획 구상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께로 보인다. 이경우는 지난해 7월께 대학 동창인 황대한에게 접근해 '피해자를 납치한 후 코인을 빼앗고 코인의 현금 세탁을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 부탁해보자'며 공모했다. 계획을 실제 제안한 것은 2달 지난 지난해 9월께였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A씨에게 가상화폐 몇십억원가량이 있을 것이라며 가상화폐 옮기는 것과 현금 세탁을 도와주겠다면서 사실상 범행에 동의했다. 더불어 범행 자금 명목으로 총 7000만원을 이경우에게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모의 단계에서는 A씨 남편을 살해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관련해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구상을 마친 이후 6개월간 이경우는 마취용 주사기, 청 테이프, 케이블 타이 등 범행 도구를 준비했다. 황대한은 범행을 함께할 사람으로 과거 배달 대행을 하면서 알게 된 연지호와 20대 이씨를 끌어들였고 A씨와 A씨 남편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씨는 준비 과정에서 중도 이탈했다.
범행 모의 과정에서 이경우의 아내인 B씨도 가담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로부터 돈을 수령하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취제도 근무하던 강남 논현동 소재 성형외과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미행하며 기회를 엿보던 황대한·연지호는 결국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쯤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A씨를 차량으로 납치, 휴대전화 4대와 현금 50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았다. 이후 경기 용인시로 이동해 이경우에게 휴대전화와 가방을 전달했다. 이에 이경우는 지난달 30일 새벽 1시께 경기도 용인 소재 한 호텔 객실에서 유상원 만났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처음 범행을 공모한 대로 A씨를 살해해 대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마취제 중독'이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이경우는 유상원과 모처에서 한차례 더 만나 도피 자금을 요구했다.
수사에 나선 서울수서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전 대전에서 범행 차량을 발견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45분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모란역 역사에서 용의자 연지호를 체포한 뒤 오후 1시 15분께 수정구의 모텔에서 황대한를 체포했다. 이들에게서 공범이 더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오후 5시 4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이경우도 붙잡았다.
체포 이후 배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지난 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백화점에서 유상원이, 지난 8일 황은희가 체포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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