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원석 감독이 신작 '킬링로맨스'로 돌아왔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킬링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분)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이원석 감독이 '뷰티 인사이드'의 박정예 작가와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킬링로맨스'는 배우 이선균의 파격 변신으로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선균은 긴머리에 콧수염을 장착하고 아이라인까지 그린, 이전에는 본적 없던 비주얼과 나르시시즘 충만한 대사들로 등장부터 큰 웃음을 안겼다. 그런 이선균에 대해 이 감독은 "이 작품은 모 아니면 도겠다 했다"며 "그래서 배우들의 선택이 고마웠다"는 진심을 전했다. 또한 "외려 감독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할 정도로 진짜 열심히 했다"는 이선균의 열연 비화도 귀띔했다.
이원석 감독은 '남자사용설명서'로 마니아층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킬링로맨스' 또한 그만의 독보적인 코미디 색깔이 묻어난 작품이다. 그는 "'킬링로맨스'는 나름 상업적인 선택이라 생각했다"며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떠는 재미가 분명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얘길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작품"이라고도 털어놨다. "이 작품이 '전국노래자랑' 같은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이원석 감독을 만나 '킬링로맨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킬링로맨스' 언론시사회 이후 재밌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평도 있었다.
▶제가 (작가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예측하고 있었다. 이건 누가 너무 좋아하지 않으면 모 아니면 도겠다 했다. 그래서 배우들의 선택이 고마웠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시사회 이후 아내, 고1인 딸 아이가 싸웠다. 아내는 영화를 이해를 못했고 아이는 너무 재밌게 봤다더라. 아이가 밥 먹다가 엄마에게 꼰대라 해서 그것 때문에. (웃음) 그래서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지긴 하겠구나 했다. 이런 영화는 그런 영화라 생각한다. 물고 뜯을 수 있는 영화. 예전에는 영화 보고 그 작품에 대해 떠드는 재미가 분명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게 없었던 것 같다. 다양한 얘길 나눴으면 하는 작품이다.
-아내는 어떤 점에 대해 이야기했나.
▶아내는 전체적인 느낌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내도 더 깊은 얘기는 안 했다.(웃음) 감독들에게는 아내가 가장 어려운 관객이라 생각한다. 아내는 '남자사용설명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제 영화를 안 좋아한다.(웃음)
-배우들의 반응은 어땠나.
▶배우들은 다 좋아했었다. 하늬씨는 시사회에서 영화 보다가 우셨다. 저와 이선균 배우가 그렇게 창피하냐고 농담 삼아 그랬다. 공명이 나오는 장면에서 되게 보고 싶었나 보더라. 공명이 군대를 가서 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그 장면이 큰 화면으로 보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 저는 어제도 보면서 울컥했다. 공명 배우의 권총신, 엠씨스퀘어신에서 울컥하더라.(웃음)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반응은 어땠나.
▶솔직히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하늬씨는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고, 이선균씨한테 책을 드렸는데 아카데미 시상식 때문에 미국 가는 길에 미팅에서 만났다. 그러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아서 '그러면 안 하겠구나, 할 이유가 없겠구나' 했다. 얼마나 책이 많이 들어왔겠나. 그런데 갑자기 하겠다고 하더라. 다른 배우를 찾아야지 했는데 마술 같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 것 같다. 공명 배우도 배역에 맞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누구 때문에 카페에서 만났다. 너무나도 해맑아 보였다. 너무 순수하게 머리를 긁으면서 '안녕하세요' 해서 '얘는 범우다' 했다.
-여래 역에 이하늬를 떠올린 이유는.
▶누가 이렇게 동화 속의 상징적인 캐릭터를, 어딘가에 갇혀 사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 했다. 정극부터 코미디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뻔뻔하면서도 자연스러우면서 아름답고 모든 걸 갖춘 사람은 이하늬씨밖에 없었다.
-이선균을 떠올린 과정은.
▶이선균씨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했던 배우였다. 스테레오타입이란 게 있는데 그것과 어긋나는 사람과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그분이 이선균씨였다. 이선균씨는 '나의 아저씨'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는데 '저분이 다른 걸 하면 재밌겠다' 했다. 조나단이 '악역'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상징적인 거다. 사회에있는 악은 솔직히 자기가 악이라 생각 안 한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어떤 취향은 누군가에 의해 조절된다. 우리가 그걸 알고리즘이라고 하지만 가스라이팅 같은 것이지 않나. 밉지 않았으면 하는 캐릭터, 악이지만 사악한 사람이 아닌 캐릭터는 이선균씨가 하면 정말 새로울 것 같다 했다. 일차원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더라.
-이선균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많이 띄워줬다고 하더라.
▶이선균씨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까 좋은 얘길 했지만, 어차피 그도 (그 자신을) 잘 안다.(웃음) 안 될 것 같지만 이것을 팔아야 한다는, 매달리는 심정이었다. 그때 이선균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갈 때였는데 저희는 '상은 분명히 받을 거다'라고 하면서 '받으면 어떡하지?' 했다. 받고 나서는 '안 하겠구나' 했었다.
-'남자사용설명서'와 달리 어떤 점이 더 진화됐나.
▶'남자사용설명서'는 개인적인 얘기라 생각했다. 제가 아는 이야기였던 반면, 이건 조금 더 큰 이야기라 생각했다. 저는 제가 아는 게 아니면 거짓말을 잘 못한다. 주변에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이 널린 것도 아니라서 작가님께서 리서치를 많이 하셨다. '남자사용설명서'와는 다르다 생각했고, 나름 상업적인 선택이라 생각했다. 뭔가 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더 넣고 싶었는데 뺀 장면이 있었나.
▶편집된 신이 많다. 10 기준 레벨 1이 극 병맛이라면 '남자사용설명서'는 레벨 3~4 정도라고 생각한다. '킬링로맨스'는 개인적으로 7이라 생각했는데 찍어놓은 것 중에는 1도 많았다. 그 1일 빼는 작업이 힘들었다. 난해하지만 저는 진짜 웃기다고 생각한다. 관객분들이 사랑해주시면 그 신을 넣고 싶다.
-배우들이 힘들어서 빼달라고 한 장면은 없었나.
▶그런 장면은 없었다. 오히려 민망해서 '빨리 하면 안 될까? 후배들 와있는데 빨리 찍으면 안 돼?' 이런 정도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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