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노태악 대법관)는 13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백 씨는 2015년 11월 14일 집회에 참여하다 경찰 살수차의 물대포를 머리 등에 맞아 쓰러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2016년 9월 숨졌다. 이와 관련해 구 전 청장은 살수 승인부터 살수차 이동·배치를 결정하는 집회 관리의 총책임자였음에도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 전 청장에 대한 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현장 책임자들과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였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현장 지휘관과 살수차를 직접 조종한 경찰 등에 대해서는 1, 2심에 걸쳐 일관된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구 전 청장에 대한 판단은 엇갈렸기 때문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규모 시위가 있을 때 지방경찰청장이 지휘하는 경우 개별 살수차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사료된다"며 구 전 청장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함께 기소된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 당시 살수요원이던 한 모 경장과 최 모 경장에게는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뒤집고 구 전 청장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구 전 청장에 대해 살수 요원 및 현장 지휘관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의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도 이런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구 전 청장에 대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경찰의 위법·과잉 시위 진압에 관해 최종 지휘권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직접 시위 진압에 관여한 경찰관들과 함께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했다"며 의의를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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