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K팝 등 한국 콘텐츠를 강력하게 단속해온 북한이 최근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홍보 영상에선 배경음악으로 K팝 유명 가수 보아의 노래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북한이 운영하는 ‘고려로 데려가 줘(Take me to Koryo)’ 중국 웨이보 계정에는 5분 30초 길이의 홍보 영상이 게시됐다.
해당 영상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KCNA) 산하인 서광미디어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영상으로 추정된다. 해당 영상에서는 ‘은아’라는 이름의 여성이 등장하며, 광둥어를 쓰면서 평양 시내를 소개했다. 웨이보에서 이 영상은 7만5000회 넘게 시청됐다.
이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국 가수 보아의 노래인 ‘문 앤드 선라이즈(Moon & Sunrise)’가 나온다. 여성이 여행을 마친 뒤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장면에 해당 노래가 삽입됐다. 해당 노래는 가사 없는 기악 곡으로, 2003년 발매된 보아의 두 번째 싱글 앨범에 실렸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뒤로 한국 등 외부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람에 장기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콘텐츠 유포자에게는 최대 사형까지 집행한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공개한 ‘2023 북한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양강도에서는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이 담긴 USB를 유포한 남성이 공개 총살됐다고 전해졌다. 2019년엔 지인들에게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공유한 사람이 노동교화형 4년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한국 콘텐츠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유포자, 시청사에게 중형을 부과하는 북한이 한국 음악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국의 홍보영상에 한국 음악을 넣은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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