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한 주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하며 27%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반면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4%포인트 늘어 65%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3주차(29%) 조사 이후 5개월 만의 20%대 지지율이다.
갤럽은 "3월 둘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대통령 직무 긍정·부정 평가 이유 양쪽에서 일본·외교 관계가 최상위를 차지했는데, 이번 주는 공통되게 일본 비중이 줄고 외교 관련 언급이 늘었다"며 "이는 최근 알려진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정황, 우리 정부의 대응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 "민심에는 늘 귀를 열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여론조사를 어떨 때는 참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며 "하루에 나온 여론조사가 오차 범위 넘게 다르면 어떤 조사를 믿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가는 경우가 많고, 질문지 구성 등이 과학적 방법인가에 대해 의문성을 갖는 경우도 많아서 참고할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라며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도·감청 의혹이 이번 지지율 급락 원인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이전부터 여러 논란이 중첩된 결과라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통령실은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제를 포함해 국정과제 추진에 매진하고 있지만 잇단 논란이 지지율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당무개입'으로 비치는 행동을 취하며 중도층 이탈이 시작됐고 주 69시간제 논란, 한일 정상회담 뒤 잡음 등에 이어 미국 도·감청 의혹이 불거지며 지지율은 덩달아 떨어졌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중순의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12년간 중단된 한일 셔틀외교 복원 등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한 첫발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을 놓고 저자세 외교 비판이 일었으나, 관계회복을 위한 선제적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일본이 호응해 올 거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그러나 상황은 대통령실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등에 관한 입장 표명이 있었다는 식의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고,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관한 공방이 벌어졌다. 여기에 일본이 교과서 검정, 외교청서 등을 계기로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더욱 노골화하면서 일본 방문에서 얻은 것 없이 내어주고만 왔다는 비판 여론이 커졌다.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도 준비 과정에서 '블랙핑크 공연 제안 보고 누락' 등 잡음이 나면서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과 안보실장을 모두 교체하면서 파장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CIA 도감청 의혹이 터져나왔다.
도·감청 의혹이 터진 뒤 대통령실은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거나 "미국이 악의를 갖고 한 정황은 없다"는 등 미국 측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이 우방국인 것은 맞지만 도·감청에 관한 정부 대응 과정에 대해 실망감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국방부 기밀정보를 온라인에 유출한 혐의로 미 공군 매사추세츠주(州) 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 일병을 체포하면서 문서 위조설이 사실인지에도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다만 김 차장은 전날 3박5일간 이뤄진 방미 일정을 끝내고 귀국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측에서) 저를 만날 때마다 유감을 표명했다"며 양국이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확답받았다고 밝혔다.
노동개혁도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가 MZ세대를 비롯한 청년세대 사이에서 '주 69시간제' 논란으로 번지면서 동력이 한풀 꺾였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대로면 내년 총선도 위험하다"는 반응과 함께 논란 대응 방식과 메시지 관리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느 정부나 사건·사고는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논란 때마다) 뒤로 빠져야 할 사람이 앞에서 이야기하고, 앞에서 이야기해야 할 사람들이 다 숨어버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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