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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에 컵라면? 사치네요"...MZ에 뜨는 '거지방' 정체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7 05:00

수정 2023.04.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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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오픈채팅 '거지방' 우후죽순 생겨나
소비 기록 올리고, 평가받고 소통하는 콘셉트
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움에 짠테크도 일상화
카카오톡 오픈채팅 '거지방' 검색 결과 캡처
카카오톡 오픈채팅 '거지방' 검색 결과 캡처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임다영씨(28)는 최근 '거지방'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거지방이란 소소한 지출까지 채팅방에서 공유하고, 타인의 지출에 대해 평가하는 익명 채팅방이다. 임씨는 "마라탕 사진을 올렸더니 소비조장 사진이라며 한소리 들었다"며 "하다보니 흥미로워서 절약이 아닌 재미를 위해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MZ(1980년~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무지출 챌린지가 뜨고 있다.

일명 '거지방'이라고 불리는 익명 커뮤니티 공간에서 자신의 소비 행위를 공개하고 서로 절약 '채찍질'을 하는 행위다.
거지방이 인기를 끌며 일종의 놀이 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 시대에 씁쓸한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터디카페? 집에서 공부하세요" 단호한 거지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캡처.

17일 업계에 따르면 '거지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이 우후죽순 생성되고 있다. 거지방 내용 캡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면서 이 같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지방 오픈채팅은 대개 '절약', '일상', '하루살이' 등을 해시태그로 달아둬 소비를 줄이고 싶은 이용자들이 찾아올 수 있게 했다.

거지방마다 규칙은 다양하다. 보통 닉네임 옆에 해당 달에 쓴 지출 내역이나 목표 지출을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사소한 지출이라도 공개해 해당 방 이용자들에게 평가를 받게 된다.

거지방이 활성화면서 하나의 놀이 문화에 가까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자가 직접 입장해본 거지방에서는 "스터디카페 -5000원"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곧장 "사치다. 집에서 공부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미세먼지가 심해 택시를 타려고 한다"는 말에는 "튼튼한 두 다리로 걷자"며 재미있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한 거지방에 입장해 있는 윤성민씨(29)는 "직접 메시지를 올려본 적은 없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며 "다른 이용자들이 소비 사진을 올리고 혼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반성하게 된다"고 전했다.

다만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과도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다수 이용자들이 불쾌감을 느끼거나 홍보성 링크가 난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오픈채팅은 기본적으로 이용자 신고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광고나 부적절한 메시지 등을 올릴 경우 관리자가 메시지 가리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기조에 아끼자‥앱테크도 인기 높아져

거지방과 같은 문화는 최근 고물가, 고금리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거지방도 무지출 챌린지의 일종인데, 스스로를 '거지'라고 표현하는 등 자조적인 성격이 담겨있다"면서도 "그동안 '욜로'(현재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에 빠져있던 젊은 세대가 불경기를 같이 이겨내자는 데 공감해 거지방이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절약을 일상화하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도 보편화되고 있다. 짠테크의 일종인 앱테크(애플리케이션+재테크)의 인기가 대표적이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발표한 앱테크 참여도 설문조사(조사대상 성인남녀 1707명)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현재 앱테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앱테크를 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수익은 312원으로 집계됐다.
소소한 수준이지만 '티끌'이라도 모으려는 이용자들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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