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 등서 일하며 마련한 보증금 못받아
그는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고 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근 수도 요금 6만원도 제때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을 받았다.
A씨는 125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건축업자 B(61)씨로부터 오피스텔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다. B씨는 공인중개사 등과 함께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8시께 인천시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방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나왔으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1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숨진 채 발견된 A(26)씨의 발인식이 전날 인천시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A씨는 올해 초에 대책위 활동을 했지만, 생업 때문에 최근에는 거의 못했다.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인천 남동공단 등지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2019년 68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마련했다가 2021년 8월 재계약 때는 임대인의 요구로 전세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줬다.
그러나 이 오피스텔에는 2019년 당시 1억8000만원이 넘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였으며 지난해에는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갔다.
낙찰자가 나오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A씨가 돌려받는 최우선변제금은 3400만원뿐이었고, 나머지 5600만원은 고스란히 날릴 상황이었다.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숨진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월 28일 미추홀구 빌라에서도 보증금 7000만원을 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사망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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