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검색 엔진을 기존 구글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 '빙'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글의 검색엔진 독점체제에 균열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글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삼성전자가 당장 MS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자체로 충격이어서 향후 구글이 인공지능(AI) 검색엔진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OS문제로 MS 선택 쉽지 않아"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엔진 앱을 구글에서 MS 빙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과 삼성의 기본 검색엔진 계약은 연간 매출 규모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구글이 아닌 MS와 손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에 구글 OS인 안드로이드를 수년째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화웨이만 하더라도 지난 2020년부터 미국 정부의 제재로 안드로이드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락한 바 있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구글, 퀄컴과 손잡고 확장현실(XR)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 칩셋과 구글 OS를 탑재한 XR 헤드셋 등 제품을 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구글, MS 모두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특히 구글은 수년간 협업해온 파트너이고 갤럭시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는 만큼 검색엔진에서 구글을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글, AI검색엔진 개발에 사활
20년 넘게 검색 엔진시장을 호령해온 구글이 스타트업 오픈AI의 'GPT-4'를 탑재한 빙이 최대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AI 검색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사활을 걸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프로젝트명은 '마기(Magi)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경영진이 '스프린트 룸'으로 불리는 집중 협업 공간에서 최근 버전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검색 엔진은 현재 서비스보다 더 개인화한 검색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이러한 검색 결과에 연계 광고를 표시한다는 방침이다.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AI 챗봇 기술을 적용한 검색엔진 ‘빙’을 내세워 이용자를 늘리면서 검색 분야의 ‘절대강자’인 구글을 추격하고 있다. 정보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MS가 새로운 버전의 빙을 선보인 지난 2월 7일부터 3월 20일까지 빙 방문자 수는 15.8% 증가한 반면 구글 검색 방문자 수는 1% 가량 감소했다. 이후 구글은 서둘러 AI 챗봇 ‘바드’를 소개했다가 바드가 수많은 대중 앞에서 오답을 제시하며 망신만 당했다.
한편 1200억달러(약 154조원) 이상인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의 93.18%를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 빙은 2.87%, 기타 업체들은 합계 4% 수준에 불과하지만 구글은 MS와의 생성형 AI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새로운 검색 엔진 개발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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