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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본초여담] 반하(半夏) 독의 아린 맛은 OO이 아니면 풀리지 않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2 06:00

수정 2023.04.22 06:00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본초강목>에 그려진 반하(半夏, 왼쪽), 천남성(天南星, 가운데) 그리고 생강(生薑)
<본초강목> 에 그려진 반하(半夏, 왼쪽), 천남성(天南星, 가운데) 그리고 생강(生薑)


옛날 한 관리의 집에서 어렵게 얻은 아들이 병이 들었다. 나이는 11살이 되었는데, 몇 년 전 어릴 적에 입에 맞는 음식만으로 편식을 하다가 한번은 과식하고 나서 배탈이 난 이후 음식만 먹으면 토하는 증상이 생겼다. 항상 뭐든지 잘 먹고 소화를 잘 시키는 아이가 갑자기 먹지를 못하고 토하기만 하니 관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근 마을에는 명의로 소문난 의원이 한 명 있어, 관리는 아들의 병을 진찰해 주기를 부탁했다.


“의원 양반, 내 아들이 지금 병으로 드러누워 있으니 한번 와서 진맥이라도 해 주시구려. 부탁하오.”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의원은 자신에게 치료를 부탁해 오자 부담을 갖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은 의학을 제대로 배운 바가 없어 식견이 얕고 경험이 많지 않아 의술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머뭇거린 것이다.

그러나 관리와 백성의 관계라 마냥 거절할 수만도 없었다. 관리는 백성을 대함에 자애로움이 있고 선비를 공경하고 아랫사람에게도 예를 갖춰서 대한다는 소문이 있어 다행스러웠다. 실제로 자신을 부를 때도 하인을 시켜서 불러도 무관했지만 직접 찾아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의원은 하룻밤을 고민해 보더니 아이의 병증이 위독한 것 같아 서둘러 관리의 집으로 향했다.

“아드님은 언제부터 그런 것입니까? 어떤 증상들이 있었습니까?”라고 물었다.

병세를 들어 보니 4~5년 전부터 식적담(食積痰)이 있어서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불편해하면서 갑자기 토한다고 했다. 증상을 분명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는 구토하고 나면 좀 편해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토할 때는 기침을 하면서 가래를 토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할 때는 밤낮없이 물가래 몇 사발 토하기를 4~5일 동안이나 하다가 진정이 되고는 했다고 한다.

의원은 “밥은 먹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항상 명치가 답답하다면서 체한 것 같다고 하고 음식을 소화시키니 못하는 것 같네.”라고 했다.

벌써 이렇게 된 지가 4~5년 가까이 되었고 온갖 방법으로 치료를 해 봤지만 차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의 몸은 수척했다. 의원은 진맥을 했다. 맥은 가늘고 깊은 침세(沈細)한 맥과 현활맥(弦滑脈)이 잡혔다.

“아드님은 바로 담음증(痰飮症)입니다. 이유 없이 토하고 대개 배고픈 줄 모르는 경우는 담(痰)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풍담(風痰)이 비위 사이에 머물러 있어 세간에서 보통 식비(食痺)라는 병증입니다. 즉시 가미복령반하탕(加味茯苓半夏湯) 15첩을 지어서 보낼 테니 잘 달여 복용시키시기 바랍니다. 그럼 쾌차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식비(食痺)란 밥을 먹고 나면 명치 아래가 어떻게 말할 수 없이 은근히 아픈 증상이 나타나고 토하면 통증이 사라지는 병증을 말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신경성 구토증 혹은 기능성 위장장애에 속하는 병명으로 볼 수 있다.

복령반하탕(茯苓半夏湯)은 풍담(風痰)이 비위 사이에 엉겨 있어서 메스꺼우면서 토할 것 같은 것을 다스리는 처방으로 비위를 튼튼하게 하여준다. 의원은 여기에 몇 가지 약재를 추가해서 가미복령반하탕이라고 처방한 것이다.

의원은 탕약을 잘 복용시키면 곧 나아질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관리의 집을 나섰다. 사실 식비증은 아이들의 경우에도 흔하게 나타나는 병증으로 치료에 그렇게 애를 먹인 경우가 없었기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의원은 보름 후에 우연치 않게 관리의 집 하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병세를 물어봤더니 자신이 처방해준 처방을 다른 의원이 복용하면 안된다고 해서 복용을 못했다고 했다.

의원은 어이가 없고 안타까웠지만 ‘환자된 자가 의원을 믿지 못하니 어떨 도리가 없구나.’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시간은 흘러 다음 해 봄이 되었다. 그런데 관리가 의원을 다시 찾았다.

관리는 “의원 양반, 지난번 처방한 약은 다른 의원이 말려서 곧바로 쓰지 못했구려. 미리 상의 했어야 했는데 차마 미안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오. 그런데 다른 의원의 처방이 효과가 없자 그대가 지어준 첩약을 시험 삼아 달여서 먹여 보았더니 바로 쾌차해서 다행스러움이 이보다 더한 것이 없었다네. 고맙게 생각하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자 의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이십니까?”하고 물었다.

관리는 “아들이 속이 편해진 이후로 식욕이 좋아지더니 얼마 전에는 곶감 한 꿰미를 다 먹고 체하여 옛날 증세가 재발했다네. 이후에 소화제며 적(積)을 다스리는 처방들을 모두 써봤지만 증상은 차도가 없고 심해질 뿐이네. 내가 이제는 하라는 대로만 할테니 다시 한번 진찰을 부탁하네.”라고 하면서 의원의 양손을 맞잡고 사정을 했다.

의원은 그래도 다시 자신을 찾아와 준 것이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면 진료를 허락했다. 그 길로 바로 관리의 집으로 함께 가서 아이를 진찰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양쪽 어깨를 들썩이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가슴의 흉곽은 힘겹게 들어 올려졌다가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간간이 ‘쿨럭~ 쿨럭~’하면서 가래가 올라와 기도를 막는 위급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의원은 아이의 몸통을 모로 돌려서 눕게 하고서는 얼굴을 아래로 해서 가래를 쉽게 뱉어내도록 했다.

의원은 “급히 소반하탕(小半夏湯)을 조제해서 한 첩을 다려서 먹여야 합니다.”라고 했다. 소반하탕은 반하가 5돈이나 들어가는 독한 처방이다.

그러나 관리는 “한 첩에 반하가 5돈이면 어린아이에게 너무 센 처방이 아닌가? 어른들도 한 첩에 1~2돈이면 충분한 양이 아니던가?”라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에게 급히 한 첩을 달여서 먹였다. 그랬더니 적담(積痰)의 기세가 꺾이고 아이의 증상이 편해지더니 다음날 다시 한 첩을 달여 먹이자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 그때야 의원은 관리에서 자세한 설명을 했다.

“대체로 약을 사용할 때는 독한 약이라도 꼭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투약해야 합니다. 또한 독성이 있는 약은 그 독을 제어하는 약과 함께 사용하면 문제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반하(半夏)의 아린 맛을 제어하는 것은 생강입니다. 소반하탕에는 생강이 1냥이나 들어갑니다. 이때 생강은 반하의 약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생강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반하 한 알이라도 맵고 목을 아리게 하고 잔가시로 찌르는 듯해서 삼키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많은 양의 반하를 받아주는 것은 아이의 병증에 적중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병증에 맞지 않으면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인삼은 폐를 윤택하게 하고 폐가 허한(虛寒)하면서 나는 기침과 숨참을 멎게 하고 원기를 보하는 성약이라고 하지만 만약 울열(鬱熱)이 있으면서 객혈을 토하는 기침에 잘못 투약하면 증상을 악화시켜 숨이 가빠지고 마침내 사람 목숨을 그르치는 것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반하(半夏)는 천남성과로 우리말로 ‘끼무릇’이라고 한다. 반하(半夏)라는 이름은 한여름(夏)의 중간(半)에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의 천남성과는 독성이 있는데, 그래서 생(生) 반하는 목이 아려서 먹을 수가 없다. 마치 생 토란 줄기를 먹었을 때와 같다.

현대의 약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반하에는 항구토, 진해거담, 항염증, 항균, 항바이러스, 항경련, 항암 효과 등이 밝혀져 있다. 문제는 그냥 사용하면 안되고 반하독은 생강이 해독을 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생강즙으로 수치를 해서 사용해야 한다. 민간에서도 반하 독에 중독되면 생강을 진하게 달여서 먹는 것이 응급처치였다. 그래서 의원이 처방한 소반하탕에 더 많은 생강이 들어간 것이다.

관리는 아이의 병세가 진정이 된 것을 다행스러워하면서도 다시 재발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아들을 맡긴 것이 정말 다행이네. 그렇다면 이 아이의 병이 어떻게 해야 다시 재발하지 않겠는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담음으로 인한 식비(食痺)는 모두 음식에서 옵니다. 아이라도 음식을 절제해서 비위를 보살펴야 합니다. 부잣집이라고 해서 입에만 단 음식을 과식하면 아이라도 비위에 병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난한 집이라면 못 먹어서 병인데, 부잣집은 쓸데없이 많이 먹어서 병이지요.”라고 답했다.

모름지기 식이는 약보다 앞선다고 했다. 식이는 병을 고치는 효과도 있지만 식이가 잘못되면 병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 또한 입맛에만 쫓아 음식을 탐하기 때문에 음식을 절제하지 않는다면 건강을 해치고 병이 드는 것은 매한가지다.

모든 약초에는 어느 정도 독이 있고 그 독을 잘 다스린다면 버릴 이유가 없다. 독초가 있다면 어딘가에 그 독을 제어한 해독하는 약초 또한 존재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조상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약초의 독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반하독(半夏毒)은 생강(生薑)으로 제거했다. 그래서 ‘이독치병(以毒治病)’이란 말은 사실 독초의 독을 제거해서 병을 치료한 것 뿐이다.

* 제목의 ○○은 생강(生薑)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우잠잡저> 小兒食痺. 元來其兒, 行年十一歲, 素有食積痰, 而飮食一有過分, 則輒嘔吐血痰數碗, 不分晝夜, 四五日罷困後, 因小停止. 如是者四五年, 萬方治之無奈何. 余意風痰覊絆於脾胃之間, 所謂食痺也. 卽劑加味茯苓半夏湯十五貼, 亦沮於一醫, 不用云云. 是年三月, 又復請見, 故入見則曰 “向者劑方沮於人, 不卽用之, 晩后試用, 則快差幸莫甚焉. 不意日前, 乾柿一串, 盡嚙因滯, 舊証復發, 其所消導治積之藥, 靡不盡投, 而無減益加, 命在更刻.” 携手入內診視, 果擡肩喘息, 胸前高起, 潮痰上溢, 所見甚危. 卽投小半夏湯, 以遏其勢, 則積與痰因退, 又服一貼乃得快蘇. 於是, 趙公曰, “半夏五戔, 豈不峻於嬰兒乎?” 對曰, “凡干藥性, 各售其能而製之, 以畏忌者, 無便被之害. 今以半夏言之, 半夏畏生薑, 生薑惡半夏. 若不以薑製之, 雖一粒豈無辛燥射喉之患乎? 且夫慓悍有毒之藥, 服之無害奏效者, 以其病受毒故也. 如其無病者, 徒惹其毒, 以增客証耳. 如夫人蔘, 雖曰潤肺健脾, 補元之聖藥, 誤投於勞嗽吐血, 鬱火在肺分者, 必加嗽增喘, 終未免誤人身命耳.” 公曰, “此兒病, 何以則無更劇之患乎政” 曰, “節其食飮, 調其脾胃, 淸純沖和之氣, 無令損傷, 而常有春夏升發之氣, 則自然不劇也.” (소아식비증. 원래 그 아이는 나이가 11세인데 본디 식적담이 있어 음식을 조금이라도 많이 먹으면 갑자기 혈담 여러 사발을 토해내기를 밤낮을 가리지 않고 4~5일 하여 몹시 피곤해진 후에야 조금 진정되곤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하기를 4~5년이었고 온갖 방법으로 치료하여 보았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내 생각에는 풍담이 비위 사이에 얽혀있는 것이었으니, 이른바 식비라는 것이었습니다. 즉시 가미복령반하탕 15첩을 지었으나 또한 어떤 의원이 쓰지 말라고 말려서 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해 3월에 다시 보기를 청하였기 때문에 들어가 뵈니 “지난번 처방한 약은 다른 의원이 말려서 곧바로 쓰지 못하다가 훗날 시험 삼아 써보았더니 쾌차하여 다행스러움이 이보다 더한 것이 없었다네. 뜻하지 않게 일전에 곶감 한 꿰미를 다 먹고 체하여 옛날 증세가 재발하여 소화시켜 적(積)을 다스리는 그런 약을 모조리 다 썼지만 증세가 감해지지는 않고 오히려 더해져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다네.” 하고는 손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가 진찰하게 하였습니다. 과연 어깨를 들썩이며 헐떡거리며 숨을 쉬고 있었는데 가슴 앞쪽이 높이 들리고 가래가 밀려와 위로 넘쳐흘러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즉시 소반하탕을 투약하여 그 기세를 막으니 적과 담이 물러갔고 또 한 첩을 먹이니 곧 쾌차하여 소생하였습니다. 이에 조공이 “반하 5돈은 어린 아이에게 너무 세지 않습니까?” 하기에 대답하였습니다. “대체로 약성을 구할 때는 각각 그 약재의 뛰어난 특성을 제거하여 지어야 그 약재를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다른 약재가 선뜻 해를 당하지 않습니다. 지금 반하로 예를 들자면 반하는 생강을 두려워하고 생강은 반하를 싫어합니다. 만약 생강을 넣어 짓지 않는다면 비록 한 알이라도 어찌 맵고 건조하여 목을 쏘는 두려움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또한 강하고 독이 있는 약을 먹어도 해가 없이 효험이 있는 것은 그 병이 독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병이 없는 사람이라면 단지 그 독 때문에 객증을 더할 뿐입니다. 예컨대 인삼은 폐를 윤택하게 하고 비를 튼실하게 하여 원기를 보하는 성약이라고 하지만 기침을 심하게 하여 피를 토하고 울화가 폐에 있는 사람에게 잘못 투약하면 반드시 더욱 더 기침을 하고 숨이 더 가빠져 마침내 사람 목숨을 그르치는 것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조공이 “이 아이의 병이 어떻게 해야 다시 심해지지 않겠는가?” 하기에 “음식을 절제하고 비위를 조섭하여 맑고 순수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손상됨이 없고 항상 봄여름의 상승하고 발산하는 기운이 있게 하면 자연 심해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 동의보감> 食痺, 謂食已, 心下痛陰陰然, 不可名也, 不可忍也. 吐出痛乃止, 此爲胃氣逆而不下行也. (식비는 음식을 다 먹은 후 명치가 은근히 아픈데 뭐라고 표현할 수 없고, 참을 수 없이 아프다가 토하면 통증이 멎는 것이다. 위기가 거슬러 올라 내려가지 못하는 것이다.
)
半夏. 湯浸切片, 淋洗七遍, 去涎盡, 以生薑汁浸一宿, 焙乾用. (반하. 끓인 물에 담갔다가 얇게 썬 후에 물을 일곱 차례 뿌려서 점액을 씻어내고, 생강즙에 하루동안 담갔다가 불에 쬐어 말려서 쓴다.)
半夏毒. 生薑汁飮之. 又乾薑煮汁服. (반하독. 반하에 중독되었을 때는 생강즙을 마신다.
또, 말린 생강인 '건강' 달인 물을 먹는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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