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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멈추는 날 핀란드는 가동"..원전 놓고 갈라진 유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9 05:00

수정 2023.04.19 05:00

독일은 멈추고 핀란드는 가동
친원전 vs.탈원전 나뉜 유럽
독일 에센바흐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이사르 2'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뉴시스
독일 에센바흐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이사르 2'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 발전의 사용을 놓고 유럽 국가 내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독일이 지난 16일 0시(현지시각) 마지막 남은 원전 3기의 가동을 중단하며 ‘원전 0(제로)’를 실현한 것과 반대로 핀란드는 유럽 최대 원자로 가동을 시작하면서 독일과 정반대 행보를 보인 것. 이에 유럽은 프랑스, 영국, 핀란드 등 친원전 국가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 반원전 국가로 양분된 모습이다.

■독일은 멈추고 핀란드는 가동

19일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가동을 멈춘 독일 원전은 1988년부터 가동한 이자르2와 엠스란트, 1989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네카베스트하임 2 등 3기다. 설비 용량은 모두 4.2GW(기가와트). 지난해 말 폐쇄 예정이었지만 겨울철 에너지 공급난을 감안해 이날까지 한시적으로 연장됐다.

독일의 원전 제로 정책은 오랜 국민적 논의를 통한 결과물이다.
독일은 1962년 이래 원전을 최대 37기까지 가동했던 원전 대국이었다. 하지만 1986년 구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고 여파가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독일 내 원전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녹색당을 중심으로 한 반원전 환경운동은 탄력을 받았다. 이후 녹색당이 중도좌파 사민당 주도의 연정에 합류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정부에서 처음으로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를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문제는 지금 독일의 에너지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독일은 가스·원유·석탄의 90%를 해외에서 들여오며, 가스의 경우 러시아 의존도가 컸었다.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이 쉬웠던 점도 원전 제로를 밀어붙인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은 수입다변화라는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프랑스 원전에서 전기를 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같은 날 핀란드는 1982년 이후 41년만에 신규 원전인 올킬루오토 3호기(OL3) 원자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핀란드 전력회사 TVO는 "OL3는 핀란드 전력수요의 약 14%를 충족할 예정"이라며 "이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 전기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는 지난해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으로 인한 러시아의 보복성 전력공급 중단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를 겪은 바 있다.

The nuclear power plant at the Neckar river in Neckarwestheim, southern Germany, is seen on April 9, 2023. - This nuclear power plant is one of the last three still running nuclear power plants in Germany and will be shut down together with the other two on April 15, 2023. (Photo by THOMAS KIENZLE /
The nuclear power plant at the Neckar river in Neckarwestheim, southern Germany, is seen on April 9, 2023. - This nuclear power plant is one of the last three still running nuclear power plants in Germany and will be shut down together with the other two on April 15, 2023. (Photo by THOMAS KIENZLE / AFP)

■친원전 vs.탈원전 나뉜 유럽

독일과 핀란드의 사례처럼 유럽은 친원전 국가와 탈원전 국가로 나뉘어 원자력을 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에 편입하는 문제를 두고 다투고 있다. 친원전 국가에서 프랑스는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과 궤를 같이 한다. 이들 국가는 원자력에서 생산되는 수소인 '저탄소 수소' 생산 확대를 EU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에스토니아, 덴마크, 아일랜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11개국은 따로 뭉쳐 친원전 국가들의 시도를 저지해왔다. 탈원전국과 친원전국의 기 싸움 속에서 결국 EU는 운송·산업 분야에서는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 확대도 화석연료 수소 감축 활동으로 일부 타협안을 내놓았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원전 제로를 추진하던 유럽 국가들의 원전 가동 확대로 회귀하게 만들고 있다.

벨기에는 2003년 탈원전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방침을 뒤집고 원전을 10년 더 가동하기로 했다. 영국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2030년까지 원전을 1개만 남기고 폐쇄하려고 했으나, 전쟁 이후에는 전력 생산에서 원전의 비중을 15%에서 25%로 상향하기로 하는 등 원전 정책 방향을 뒤집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56기의 원전을 가동중인 프랑스는 지난 2021년 원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기존 정책기조 대신 2035년까지 신규 원전 6기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FILES) This file photo taken on March 16, 2023 shows a label reading "radioactive" is seen on a container in a giant hangar at the EWN Nuclear Power Plant dismantling facility in Lubmin, northeastern Germany. - The former nuclear power plant near Lubmin on Germany's Baltic coast will be dismantled.
(FILES) This file photo taken on March 16, 2023 shows a label reading "radioactive" is seen on a container in a giant hangar at the EWN Nuclear Power Plant dismantling facility in Lubmin, northeastern Germany. - The former nuclear power plant near Lubmin on Germany's Baltic coast will be dismantled. The facility, built by East Germany's communist government and also known as the Greifswald nuclear power plant, was closed in 1990 with reunification. But it will still be several decades before the work here is done. (Photo by John MACDOUGALL / AFP)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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