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지난 2월 28일 첫 발생한데 이어 이달 14일과 17일 또다시 발생해 정부의 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8시께 미추홀구 소재 빌라에서 20대 A씨가 사망했으며, 17일 오전 2시 12분께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B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 이송 도중 사망했다. A씨와 B씨는 모두 전세사기 피해자로 밝혀졌다.
A씨는 2019년 8월 보증금 6800만원에 미추홀구의 한 빌라 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었다. 2021년 8월 재계약 당시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해 9000만원으로 올려줬는데 경매에 넘어갔다.
A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전세금을 절반도 못 받을 것 같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으며 전세금을 받기 위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B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줬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전세사기로 60세대 가량의 전체 아파트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B씨는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할 상태였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관계자는 "B씨는 평소 새벽에 일을 나가 밤늦게 퇴근하는 등 어렵게 생활했으며 전세 사기 피해로 인해 많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인천도시공사(iH)는 공동으로 지난 1월 말부터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설치해 피해상담과 함께 주택이 경매 매각 시 긴급 거처와 저리 대출 등 긴급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인천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830여명이 상담(2230건)을 받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긴급지원주택 238호를 확보했지만 입주세대는 아직 8세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A, B씨와 같이 전세사기 피해자이지만 정부 지원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그동안 정부에 경매·공매 중지, 피해자들에게 우선 매수권 부여, 경매자금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17일 오후 국토부 등과 미추홀구청에서 긴급 대책을 논의한 뒤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에 추가 지원에 대해 건의할 것은 건의하고 당장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방세, 상수도 요금 등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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