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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새로운 연구원 만드는 게 최선인가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7 18:38

수정 2023.04.17 18:38

[테헤란로] 새로운 연구원 만드는 게 최선인가
"정부가 전략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연구원이나 대학원을 새로 설립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국내 저명한 과학자와 국가 연구개발(R&D)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중 나왔던 말이다. 자원이나 재원이 풍부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 산업발전을 도왔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한 방편이었다.

미국의 원조를 통해 지난 1966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연구시설인 KIST가 세워져 선진기술을 빠르게 도입, 국내 산업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산업이 발전하면서 각 분야별로 별도 연구기관이 떨어져 나가 현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이 총 25개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양자기술 연구개발을 전담할 국가양자연구원을 설립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직접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세계적 양자 석학들을 만나 관심을 보이면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기술에 처음 R&D예산을 투자한 게 2019년으로 당시 총액은 106억원 정도였고, 올해 예산은 968억원 수준이다. 국내 양자기술을 연구하는 인재도 많지가 않다. 한 대학교수는 "국내 양자 분야의 석박사들은 학위를 취득하기 바쁘게 구글과 IBM, 애플 등에서 스카우트해 간다"며 "세계적으로도 인재풀 자체가 작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에서 과거에 택했던 정책을 그대로 적용할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분야의 출연연구기관을 만들어 기술을 육성하는 방법은 과거 추격형 산업 환경에서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25개의 연구기관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과기정통부의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나 산업부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연구자 간 경쟁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가 또 다른 자산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여러 연구자들이 하나의 주제 아래 연구하는 NST의 융합연구단 방식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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