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8일(이하 현지시간) 탄탄한 분기실적을 발표했지만 동시에 4000명 감원 계획도 내놨다.
다가올 경기침체에 대비해 먼저 인력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OA는 이날 깜짝 분기실적을 공개하면서도 6월 이전에 전체 인력의 2%인 최대 4000명을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력 풀 필요 없어
BOA 전체 직원 수는 1·4분기말 현재 21만7000명에 이른다.
BOA 역시 팬데믹 경기회복기에 대규모로 인력을 늘린 바 있다. 주식시장 활황세 속에 기업 인수합병(M&A) 주간사 업무 등 투자은행 부문 인력 수요가 늘자 직원 수를 크게 늘렸다.
월말까지 1년 간 증원된 규모만 4%에 이른다.
BOA는 이날 4월 들어서만 벌써 2주 동안 1000명 이상을 감원했다면서 이번 분기 말까지 추가로 3000명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BOA는 주로 퇴사 인력을 보충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원이 메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에 관한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에서 이번 감원이 BOA 실적이 둔화세로 접어들기 시작한데 따른 것이 절대 아니라면서 그저 노동시장 둔화새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이니핸은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간 인재 확보 경쟁 때문에 BOA도 필요보다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해 놨다면서 그러나 퇴사, 은퇴를 비롯한 자연감원율이 최근 수개월간 급속하게 낮아짐에 따라 전체 인력 규모를 재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하반기 경기침체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소비자 활동이 경기둔화 속도만큼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이 완만한 경기침체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깜짝 실적
BOA의 대규모 감원 발표는 깜짝 분기실적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BOA도 다른 대형은행들처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성을 높였고, 이 같은 구조조정 덕에 이번 은행위기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고금리, 거래 증가에 힘입어 채권·상품 트레이딩 매출이 27% 급증했다. 다만 주식 트레이딩 매출은 같은 기간 20% 줄었다.
지난달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를 즈음해 예금주들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대형은행으로 예금을 대거 이동한 가운데 BOA도 예금이 은행위기 기간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BOA는 1·4분기 전체로는 예금이 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간체이스는 대조적으로 이 기간 신규예금 규모가 370억달러에 이르렀다.
BOA는 실적 둔화를 예상해 감원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경기침체를 대비하고 있음을 이날 실적발표에서 분명히 했다.
BOA는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에 대비한 대손상각용으로 9억3400만달러를 따로 떼어 뒀다. 1년 전 5000만달러도 안되던 대손상충당금 예비비 규모가 19배 가까이 폭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