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전남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오전 10시께 '어머니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 같다'는 다급한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남문파출소 이태민(27) 순경은 먼저 불안에 떠는 고령의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사건의 경위를 물었다.
피해자는 이 순경에게 "누군가 전화가 와서 '경찰이다.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있다. 모든 돈을 인출한 뒤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수사관이 찾아갈 것이다'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피해자는 실제 수사관이 집까지 찾아온다는 말에 겁 먹고 보이스피싱 일당의 말대로 은행에서 현금 2200만 원을 찾아 보관하고 있었다.
이 순경은 피해자에게 대면 편취형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뒤 "돈을 건네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이 순경은 은행 봉투 안에 5만원권 뭉치 두께 만큼으로 포개어 접은 신문지를 담아 피해자가 가지고 있도록 했다. 이후 집으로 찾아올 보이스피싱 수금책을 직접 검거하기로 마음 먹고 이 순경은 현관문 주변에서 잠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관 행세를 한 20대 남성이 피해자의 집을 찾아왔고 그는 피해자로부터 신문지만 든 봉투를 건네받았다. 이 순경은 남성이 봉투를 챙겨 집 밖으로 나오자 그 자리에서 붙잡았다.
남성은 범행을 부인하다가 결국 보이스피싱 가담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병을 넘겨 받은 순천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남성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한편 이 순경은 지난 2022년 12월 임용장을 받아 투입된 지 넉 달도 채 안 된 새내기 경찰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순경은 "가족이 피해를 당한 것 같아 남일 같지 않았다. 마땅히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다"라며 "앞으로도 악성 사기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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