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일외교 규탄" 대학가 잇단 시국 선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0 06:00

수정 2023.04.20 06:00

지난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경희대 교수들의 강제동원 해법 관련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이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을 읽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경희대 교수들의 강제동원 해법 관련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이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을 읽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배상안'을 둘러싼 대학가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 해법안이 공개된 이후 대학교수들이 들고일어나 시국선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수들은 "일본의 식민지배 시기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외교 참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대학가에 따른 한성대 교수 20명과 교직원 63명은 전날이었던 19일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규탄하며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제3자 변제방식은 일본의 식민 지배와 반인도적 강제 동원이 명백한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역사적·사법적 판단을 부정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법통과 역사까지 모호하게 만들었다"며 "불법적 식민 지배와 강제징용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가해자인 일본정부와 일본기업이 배상하는 것은 역사의 정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외교는 21세기 공정과 실리를 중시하는 외교의 원칙을 허문 구걸식 외교이자 빈털터리 외교의 전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 한국의 피해자지원재단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는 방식의 정부 해법이 발표된 이후, 대학 교수들은 한달이 넘도록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경희대, 전남대, 동아대, 11일에는 부산대의 교수와 직원 280명 규모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중앙대, 전남대, 경희대, 한양대, 동아대, 충남대 등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대 교수 113명은 성명서에서 "일본 정부가 역사적 진실을 직시하기는커녕 한반도 불법 강점과 강제 동원, 일본군 성노예제, 민간인 학살 등을 부정하고 왜곡하며 적반하장으로 피해자들을 모욕했다"며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는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 침략의 잔재를 청산하고,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역사학계의 반응도 최근 시국선언을 발표한 교수의 목소리와 다르지 않았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학회 등 역사 관련 학회와 단체 53곳은 성명을 내고 3자 변제안은 국제적 흐름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피해 당사자 한 분이 '사죄 없이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하신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따른 배상금 지급을 지난 12일 시작했다.
일제 진용 피해자 15명 가운데 10명은 판결금을 수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피해자들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2명에게 지급한 '배상금'은 소위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국내 기업들로부터 뜯어낸 기부금을 재원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울산지역 29개 사회단체도 최근 성명을 통해 "일본의 전범 기업들은 자신들의 책임은 인정도 하지 않는데 대법원의 배상 명령을 제3자 변제라는 꼼수로 전범 기업의 책임을 사해주겠다는 기이한 해법"이라고 꼬집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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