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2017년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있었다. 39세라는 젊은 나이와 준수한 외모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이어 유럽을 구원할 만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 분위기는 이전과는 다르다. 독재자, 폭군, 배신자, 고립, 외교적 참사 등의 단어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금개혁에 불만을 가진 수십만의 시위대가 연일 거리를 누비고 있다. 독재자, 폭군이라는 외침은 매일 들리고 있다. 5월 1일에는 노조들이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해외에서도 갖은 욕을 먹고 있다.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사이에서 중국 편을 들자 배신자, 고립을 자초했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시진핑 엉덩이에 키스했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당당하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에 처했지만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연금개혁과 관련해서 그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을 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최근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바로 연금개혁법에 공식 서명하며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분노를 이해한다"고 국민을 달래면서도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연금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당당한 그의 설명이었다.
국내외에서 친중 행보에 대한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유럽이 미국과 중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친중노선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점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50여명의 경제인사를 대동하고 중국을 찾은 마크롱 대통령은 항공기 160대, 4조원대 규모 컨테이너선 판매 등의 성과를 올렸다.
마크롱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것은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계속 쌓이고 있고 칩스법 등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사이에서 방향성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해법을 내놓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고, 위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풀기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정부도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마크롱의 행보가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욕을 먹어도 제대로 된 길을 가겠다는 의지와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늦으면 그만큼 위험은 높아진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국제부장·경제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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