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美-中 패권경쟁 길어질 수 있어… 韓, 다른 중견국과 공조를" [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9 18:24

수정 2023.04.19 19:37

기조강연 사공일 IGE 명예이사장
다자주의 경제질서 저물어가
G2, 조건부 경쟁공조 필요
韓, 리더십 격차 메우는 역할해야
파이낸셜뉴스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명예이사장이 '급변하는 세계경제질서와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명예이사장이 '급변하는 세계경제질서와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가 18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글로벌 금융행사 '2023 FIND(Financial Insight Network Days)'를 개최한 가운데 19일 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 행사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존 프랭크 오크트리캐피털 부회장의 환영사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가 18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글로벌 금융행사 '2023 FIND(Financial Insight Network Days)'를 개최한 가운데 19일 제24회 서울국제금융포럼 행사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존 프랭크 오크트리캐피털 부회장의 환영사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미·중 패권경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재앙 없는 경쟁, 조건부 경쟁공조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럴 경우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으로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중견국들과 함께 글로벌 리더십 격차를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美, 다자주의 자유경제질서 '수호자'에서 '파괴자'로

사공일 이사장은 현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자주의 기반의 자유경제질서가 빠르게 종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종말은 그동안 해당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해왔던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새로운 산업정책과 보조금정책을 도입했고, 바이든 행정부 역시 각종 경제정책과 보조금 정책을 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해 다른 주요 경제국들 역시 경쟁적으로 자유경제질서를 깨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공 이사장은 "이 같은 현상의 중심에는 미·중 패권경쟁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경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꿈'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2012년부터 심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꿈'은 중국 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오는 2050년까지 국가의 부강, 민족의 부흥, 인민의 행복 및 사회의 조화 등을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으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2012년)와 메이드인차이나 프로그램(2015년) 등을 발표했다.

사공 이사장은 "중국이 '중국의 꿈'을 통해 미국을 군사·국제적으로 따라잡기엔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미·중 패권경쟁의 결과가 어떤 모습일지 여부"라고 말했다.

■美中 패권경쟁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조건부 경쟁공조 필요

사공 이사장은 미·중 패권경쟁 시나리오로 △투키디데스의 함정 △킨들버거의 함정 △양 함정의 중간점에서 타협 등 3가지를 제시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기존의 패권국과 새로운 부상국이 필연적으로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저서 '불가피한 전쟁'에서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설명하면서 제시한 개념이다.

킨들버거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이 더 이상 강력한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지 못하고 새롭게 부상한 패권국 역시 실제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아 위기를 맞는다는 내용이다. 미국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가 1930년대 발생한 대공황의 원인에 대해 영국을 대체해 신흥 패권국이 된 미국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한 바 있다.

사공 이사장은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킨들버거의 함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주장했다. 미·중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고, 양국의 하드파워 및 소프트파워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공급망 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글로벌 주요 경제국들이 경쟁적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도 최근 국가 자본주의로 태세를 전환했다. 사공 이사장은 "결국 양 함정의 중간에서 타협이 이뤄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패권경쟁은 생각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시나리오하에서 글로벌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중 양국이 재앙 없는 경쟁, 조건부 경쟁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韓, 중견국들과 리더십 메워야…성장잠재력, 글로벌 경쟁력 강화

사공 이사장은 "이럴 경우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중견국들과 함께 글로벌 리더십 격차를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럴 때 글로벌 경제에 필요한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경제정책 우선순위는 △글로벌 및 역내 공급망 조정 △투자 다각화 △복수국 간 경제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참여 등이 돼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중장기적 과제로는 한국의 성장잠재력 향상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 개혁과 교육 개혁을 정책어젠다 최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사공 위원장은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공공 및 민간 기관들의 거버넌스를 개혁해 정부 효율성을 제고하고,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친화적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박소연 박신영 서혜진 김나경 이승연 김동찬 김예지 김찬미 최아영 정원일 성석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