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는 빌트인가구 입찰 담합에 가담한 한샘 등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과 경영진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빌트인 가구는 분양가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로, 길게는 10년에 걸쳐 2조원대 규모의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20일 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우아미,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 등 8개 업체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양하 전 한샘 대표 등 가구업체 경영진 1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 전국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는 빌트인 가구 납품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2조3000억원대 대규모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또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를 숨기거나 폐기하게 한 혐의(증거인멸·증거인멸은닉교사)도 받고 있다.
이들은 건설사가 빌트인 가구 입찰공고를 낼 때 여는 현장 설명회를 전후로 모여 낙찰사 순번을 정한 뒤 사전에 입찰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찰 담당자들은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제비뽑기 한 대로 이번 현장은 저희 차례' 등으로 순번을 알리고, '총금액 유지 부탁드린다'며 견적서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공정위 현장 조사가 이뤄진 후에도 담합을 계속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형벌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 수사에 착수한 첫 사건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기소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자진신고로 사건을 인지한 검찰은 지난 1월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월에는 수도권에 있는 가구업체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고,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를 마무리하고 공정위와 고발요청권 행사 범위 등을 조율해 온 검찰은 지난 12일 공정위에 이들을 고발 요청했고, 공정위는 13일 이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공정한 경쟁 질서가 회복·확립될 수 있도록 담합에 가담한 법인 뿐 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관여한 개인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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