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우전쟁으로 유류 수입 노선이 길어지면서 중고 유조선 시장도 활황을 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새롭게 건조될 유조선 발주 물량도 충분치 않아 향후 중고선의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중고 유조선 가격은 25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고 유조선 가격이 최저치를 기록했던 2020년에는 건조한 지 5년이 지난 아프라막스, 수에즈맥스, VLCC 중고선 가격을 합친 금액이 1억3850만달러였지만 현재 이들의 총 가치는 2억3100만달러로 66.8%가 증가했다. 아프라막스, 수에즈맥스, VLCC는 유조선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각각 8만~12만t, 13만~15만t, 12만~20만 t급의 적재 용량을 의미한다.
유조선 시장이 부활한 것은 유류 운송 노선이 길어져 선주들의 수익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재에 나선 바 있다. 닐스 라스무센 발틱국제해운협의회(BIMCO) 수석 해운연구원은 "과거에는 러시아산 원유가 유럽연합(EU)으로 운송됐지만, 이제 인도와 중국이라는 장거리 목적지로 전환되면서 톤마일(화물의 중량과 이동거리를 곱한 값)이 83% 증가했다"며 "유럽연합이 중동 및 미국 걸프 지역에서 원유를 구매하면서 EU의 톤마일도 42%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로 공급될 유조선 물량이 부족해 중고선들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시황 강세를 보였던 컨테이너선에 발주가 집중된 영향이다. 현재 건조한 지 5년이 지난 아프라막스급 중고 유조선의 가격은 신조선가의 96%에 달하고, 수에즈맥스와 VLCC 중고선의 가치도 각각 신조선가의 85%와 83%까지 올라왔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세계 석유 수요 증가로 유조선 시장은 밝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이후 유럽의 많은 국가가 가스가 아닌 석유로 에너지 전환을 장려하고 있는 가운데, 미 에너지정보청(EIA)도 내년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조선 중 규모가 큰 VLCC의 경우 한국이 중국보다 납기나 품질 면에서 앞서 있어 선호받는 상황"이라며 "그 전에는 유조선 발주가 상당기간 없었기 때문에 점차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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