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주상영 금통위원 "물가안정-성장·금융안정 상충관계 첨예해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0 15:33

수정 2023.04.20 15:33

주상영 금통위원 이임사서 '인플레 소견' 밝혀 "특정 부문 공급 차질과 수요 이동이 함께 발생 가격 경직성이 경제 전반 인플레이션으로 연결"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이 지난해 4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이 지난해 4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이 임기를 하루 앞둔 19일 이임사를 통해 "물가안정과 성장,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간의 (단기적) 상충관계가 첨예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 위원은 팬데믹 시기 인플레이션과 관련 "특정 부문의 공급 차질과 수요 이동이 동시에 발생했고 가격 경직성이 작동해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오후 이임사를 통해 "제 재임 기간은 전 인류가 곤경에 처한 시기와 겹쳤다.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의 팬데믹으로 경제활동이 심하게 위축됐고 백신 보급 및 정책 대응에 의한 회복 과정에서 1970년대 이후 4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 위원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회복과 정상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여전히 대내외적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두고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책무로 삼아야 하되 안정적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금융부문 안정에도 기여해야 한다"면서 "퇴임하는 즈음 물가안정과 성장,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간의 (단기적) 상충관계가 첨예화된 것으로 보여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했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모두를 지원해야 하는데 이들 간 상충관계가 커져 중앙은행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는 취지다.

주 위원은 팬데믹 기간 물가상승 과정에 대한 소견도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거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팬데믹 초기에는 공급 부족과 차질, 이와 함께 발생한 수요 이동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비스 소비가 막히자 재화 소비로 수요가 이동했고 재화 부문에서는 비내구재에서 내구재로, 서비스 부문에서는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수요가 이동했다"라며 "공급 차질과 수요 이동, 이 두 가지 충격은 팬데믹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라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도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주 위원은 "팬데믹 기간 중의 인플레이션이 과거와 차별된 모습은 특정 부문에서의 공급 차질로 가격이 상승하고, 그에 따른 다른 부문으로 수요가 이동하며 발생하는 연쇄적 가격 상승"이었다고 해석했다. 특정 부문의 공급 차질로 수요가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어떤 부문의 수요는 줄었는데도 가격 경직성이 작동해서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그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물가에 영향을 줬지만 팬데믹 기간의 이례적 인플레이션 원인을 단순히 총수요·총공급의 총량 개념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총수요공급 원칙으로 설명되지 않은 인플레이션 발생이 특징적이라고 했다.

주 위원은 "정책 대응의 방향이나 강도에 있어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재직 내내 했다"라며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간의 정책 대응과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하면 우리 경제도 소프트랜딩(연착륙)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20일에는 박기영·주상영 위원이 임기를 마치고, 장용성·박춘섭 신임 금통위원이 취임한다.

금통위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정책결정기구 한국은행 총재 및 부총재를 포함해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겸임하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부총재는 총재의 추천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며, 다른 5인의 위원은 각각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나,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 추천을 받아 임명된 박기영·주상영 위원의 경우 이번에 한해 3년의 임기가 적용됐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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