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규정은 강력한데 양형 기준이 약해
영리 목적 수출입·제조 시에만 최대 14년형
1심서 집행유예 받는 경우도 44%에 이르러
영리 목적 수출입·제조 시에만 최대 14년형
1심서 집행유예 받는 경우도 44%에 이르러
[파이낸셜뉴스]
학원가까지 파고든 마약범죄..이대론 안돼
과거 일부에 국한됐던 마약범죄가 최근들어 클럽은 물론 학원가까지 파고들며 잠재적 마약 중독자 양산을 겨냥한 조직적인 마약 범죄의 얼개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망치게 하는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형량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마약관련 등 강력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대폭 높여 가중처벌 받은 마약 사범에 대한 재범 방지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2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전국 마약류 유통·투약 사범 5702명이 검거됐다.
전년 동기 대비(4125명)보다 무려 38.2% 늘어난 수치다.
과거 일부 계층에만 국한됐던 마약문제가 최근 들어 클럽 등 유흥주점에서 마약복용 사건이 적지않게 발생하는 것은 물론 초·중·고교생들이 집중돼 있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음료를 제조해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준 사건이 일어나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범죄 파급력에 비해 낮은 양형 기준
게다가 고등학생들이 '공부방' 명목으로 얻은 오피스텔이 마약 유통 사무실로 악용되면서 1만2000명분의 마약을 거래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해 세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마약범죄가 일반 사회나 국민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이나 악영향 등을 감안할 때 관련 양형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이 시각이다.
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의하면, 마약류 투약 및 단순 소지는 8개월~3년형이 기본이며, 가중처벌 시 최대 4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또 마약류 매매·알선, 수출입·제조의 경우에는 기본형 8개월~7년에, 가중처벌로는 최대 11년이다.
영리 목적이거나 상습적인 수출입·제조 범죄를 저지르면 기본형은 7~11년, 가중형이 최대 14년으로 규정돼 있다.
다만 초범에 대한 정상 참작 등으로 인해 집행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도 많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는 전년도 재판을 받은 마약 사범 4747명 가운데 44%에 해당하는 2089명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범죄 양상이나 정도, 사회적 및 개인적 후유증에 비해 선고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마약 경각심이 높아져야 형량이 올라갈 것"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류 투약 및 단순 소지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영리 목적이거나 상습적인 수출입·제조의 경우 최대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국내 법 자체에 있는 처벌 규정은 지금까지 마약청정국이었던 것치고는 매우 높은 편"이라며 "양형 기준은 기존에 판결이 내려진 선고 형량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보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 연구원은 그러면서 "법관들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야 형량이 올라갈 것"이라며 마약범죄가 사회와 개인에 미치는 악영항 등을 감안해 선고 형량을 대폭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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