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이 법정에서 성희롱 판결에 대해 불복하며 "망인은 오히려 성희롱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몰렸다"라고 주장했다.
20일 서울고법 행정9-1부(부장판사 김무신 김승주 조찬영)심리로 열린 2심 첫 변론기일에서 박 전 시장 측은 항소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1월 "박 전 시장이 비서 A씨에게 성희롱을 했다"라는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씨는 인권위 결정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시장 측은 항소했고, 이번 항소심에서 박 전 시장 측은 피해자 측이 먼저 문자메시지를 '사랑해요'라고 보내며 시작했음에도 인권위가 이 부분을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진행된 인권위의 직권조사에 대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재판에 참석해 "제 남편은 억울한 피해자"라며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라고 호소했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8일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피소당한 다음날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에 따라 수사를 종결했다.
인권위는 2021년 1월 직권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언동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강씨는 피해자 주장만으로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으로 본 인권위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인권위 조사가 절차상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에는 박 전 시장 유족을 대리한 정철승 변호사가 소셜미디어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사랑해요"와 "꿈에서는 마음대로"라는 문자를 공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 전화 측은 "성폭력 판단에서 상황과 맥락이 삭제돼선 안된다"라며 반박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더 큰 성폭력 피해를 막고자 가해자를 달래거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들을 맥락 없이 유포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사랑해요'와 '꿈에서는 마음대로' 같은 단어들에 대해 피해자가 더 큰 성폭력 피해를 막고자 가해자를 달래거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이러한 판단에 불복하며, 인권위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소심 2차 변론기일은 오는 6월 22일 열린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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