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전기료 올리려면 국민이 공감할 만한 자구책부터 제시돼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1 14:22

수정 2023.04.21 14:22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현판과 오피스텔 건물 내 전기 계량기의 모습. 사진은 레이어 합성. /사진=뉴스1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현판과 오피스텔 건물 내 전기 계량기의 모습. 사진은 레이어 합성.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면서 국민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기료 인상 마지노선을 4월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달을 넘길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0일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인상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전기료 정체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하면 마냥 팔짱 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전의 전기료 인상은 기형적인 수급구조에서 비롯됐다.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2021년 이후 분기마다 적용되는 전기 요금은 해당 분기 시작 전에 발표된다. 그런데 올해는 제때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2분기인 현재도 1분기 요금이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금 인상이 미뤄지고 원유값은 높다 보니 가격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구입 단가보다 소비자에게 파는 단가가 높다. 국제 원유값 급등 탓에 원가와 판매 가격간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비싸게 물건을 떼 와서 싸게 파는 '밑지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방치하다 보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전이 전기 판매에서 본 손실만 22조8000여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전의 적자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의 몫이다. 가격 구조가 무너지면서 유지 관리와 개발 관련 유관 기업들도 허덕이고 있다. 그야말로 전력 생태계 자체가 뿌리부터 흔들릴 지경이다. 지금은 인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가 아니다. 전기료 인상만으로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얼마나 몇 번이나 올려야 할지 인상 폭과 횟수를 따져봐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전기 요금이 kWh당 13.1원 올라 역대 분기별 최고 인상 폭을 기록했는데도 1∼2월에 1조40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가격 역전 현상이 풀리지 않는 한 전기료 인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정부여당이 전기료 인상 불가피 상황을 알면서도 속 시원히 결론맺지 못하는 건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전기료 인상은 자칫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까 싶어 함부로 손 대기 힘들다. 대통령 방미를 앞둔 시점도 미루기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인상 필요성에 대해 여론은 어느 정도 조성된 듯하다. 최종 결단을 내리기 위해선 한전의 뼈를 깎는 자구책 제시가 필요하다. 한전은 21일 "인건비 감축, 조직 인력 혁신,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및 국민 편익 제고 방안이 포함된 추가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 마련·발표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이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구책을 내놔야 전기료 인상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자칫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면피용 자구책을 내놓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