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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종주국 日서 신화 쓴 농심… 매운라면 브랜드로 차별화" [2023 글로벌유통포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3 18:12

수정 2023.05.11 15:38

유통 전문가들, 日 현지 ‘K비즈니스’ 전략 논의
日4차 한류붐… 韓콘텐츠 등 인기
한류 활용할 통합 컨트롤타워 필요
장기 관점서 현지진출 계획세워야
"라면 종주국 日서 신화 쓴 농심… 매운라면 브랜드로 차별화" [2023 글로벌유통포럼]

【파이낸셜뉴스 후쿠오카(일본)=김경민 특파원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가 글로벌 유통시장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유통기업의 진출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 후쿠오카에서 '2023 글로벌유통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치러진 이 행사에서는 한국 유통 전문가들이 모여 일본 내 K비즈니스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현지 진출 전략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일본 현지 진출과 정착을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으로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고, 지금의 한류를 전략·극대화할 수 있는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변동식 파이낸셜뉴스 사장은 "패션, 푸드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 일본이 이제 우리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차원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왔다"며 "아시아의 모든 문화 트렌드를 이끌었던 역할을 일본이 아닌 우리가 하고 있다"고 환영사를 통해 포럼의 의미를 설명했다.

변 사장은 "앞으로 한국 유통산업의 지도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글로벌유통포럼은 일본에서 첫걸음을 뗐다"면서 "내년에는 또 다른 나라에서 더 알찬 내용과 발전된 규모의 포럼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면 종주국서 성공한 '신라면'은 브랜딩의 힘

행사 첫날인 19일에는 30여년 동안 일본에서 근무한 김대하 농심재팬 대표가 '농심의 일본시장 진출 전략, 성공 사례'라는 주제로 첫 강연의 막을 열었다.

김 대표가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라면 시장은 약 6조5400억원 규모로 농심은 한국 라면의 특징인 매운맛을 처음으로 전파했다. 과거 일본에는 '매운맛' 시장이 없었다. 하지만 농심은 신라면을 통해 전체 시장의 6% 정도를 매운맛 라면 시장으로 개척했다.

김 대표는 "지금 일본 라면 전체 시장에서 몇 프로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차별화된 매운맛이라는 시장에 집중해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하는 것에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며, 현지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는 브랜딩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브랜드 각인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하면서 이제는 일본 사람들에게 그냥 '매운 라면이 뭐야'라고 물으면 '신라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며 "인지도를 약 70% 정도까지 끌어 올렸다"고 자평했다.

2002년에 설립돼 연매출이 88억원이었던 농심재팬은 20년이 된 지난해 12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400억원, 3년 후에는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김 대표는 전망했다.

그는 "이제 일본에서 '신라면'은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면서 "브랜드를 소비자의 마음에 심은 게 성장의 핵심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올해 7월께 '신라면 야키소바 치즈맛' 제품을 일본에서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야키소바 시장은 전체 라면 시장의 11% 정도로 매운맛 시장보다 훨씬 크다"고 신제품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한류 활용할 통합 컨트롤타워 빨리 세워야"

행사 이틀째인 21일에는 홍성협 도쿄후지대 경제학 박사가 '일본 열도 잠식한 한류의 미래 전망과 활용 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홍 박사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제4차 한류 붐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금까지 한류는 여성 위주였는데 이제는 남성들도 한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홍 박사는 또 "코리아타운이 다시 살아나고 있고, 한국식 카페가 우후죽순 계속 생기고 있다"면서 "주꾸미 메뉴를 다루는 한국 식당도 30개가 생길 정도로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홍 박사는 이 같은 한류를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짤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서 K비즈니스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한국 콘텐츠와 제품이 녹아들 수 있도록 일본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정확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현지 진출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병선 코트라 후쿠오카 무역관 차장은 '일본의 유통 리테일 업계 동향 및 구조: 한국 제품 진출과 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김 차장은 유통채널, 식품,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현지 유통 리테일 업계 현황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로 일본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다"며 "외식 감소 영향으로 슈퍼마켓은 2019년 대비 115% 성장했고, 드럭스토어도 비슷하게 성장했지만, 백화점은 수요가 확연히 감소하는 등 소비자 행동패턴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일본은 크고 길쭉한 국토의 영향으로 에도시대부터 중간도매상이 많은 구조적 특성이 있고, 이런 유통구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이 지닌 특수한 시장환경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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