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시장은 반도체 불황과 중국 쇼크로 7개월째 내리막이다. 관세청이 집계한 이달 20일 치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1% 감소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40% 가까이 급감한 반도체가 치명타였지만 석유제품, 통신기기 등 다른 품목도 별 힘을 못 썼다. 최대 교역국 중국은 물론, 베트남·일본 수출도 크게 후퇴했다. 수출전선 사방이 꽉 막히고 있다는 뜻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 비중이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무역기구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세계 수출시장 비중은 지난해 2.7%로 내려앉아 2008년 이후 최저다. 최근 10년간 수출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더 확연하다. 2012년 대비 지난해 한국 수출액은 24.3% 증가했다. 이 기간 대만은 120.5%, 중국은 75.8% 증가했다. 수출 활력이 중국, 대만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수출 강국에 금이 갈 비상상황이다.
반도체 호황이 걷히면서 한국 수출 체력의 적나라한 현실을 확인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경쟁 우위로 자부했던 첨단산업에서 한국 업체가 고배를 마시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더욱이 중국은 막대한 정부보조금과 가격경쟁력으로 상당한 품목에서 한국과 박빙 경쟁 관계로 발전했다. 대중국 수출이 계속 후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안보에 직결된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국가적 지원은 전략적으로 지혜롭게 이뤄져야 한다. 이와 동시에 반도체를 넘어 첨단, 유망산업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고부가가치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지키고 사업을 키울 수 있게 경영 토대 전반을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하겠다는 각오로 기업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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