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프로 채널, 9개월만에 구독자 1000만 달성
사촌 남매 크리에이터 김동준·유백합이 운영
코로나19로 폐업 위기 맞아…숏폼 도전 '대박'
"연습생·공연기획 경험 온라인서 풀어냈을 뿐"
"확신을 가지고 기획해야 좋은 영상 만들어져"
크리에이터 6명 영입해 OK팀 결성…새 도전
"아직 시작점…세계로 쭉쭉 뻗어나가고 싶어"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영상 플랫폼에서 짧은 길이의 콘텐츠가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다. 음악, 춤, 코미디 등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을 1분 이내의 길이로 편집한 '숏폼' 영상은 이제 젊은층 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사랑받는 콘텐츠가 됐다.
숏폼은 재미있는 장면과 음악 만으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전달된다. 이 때문에 국경을 넘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크리에이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국가의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무섭게 성장 중인 숏폼 크리에이터가 있다. 유튜브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약 9개월 만에 1000만명의 구독자를 달성한 '김프로'가 그 주인공이다. 뉴시스는 지난 15일 인천 부평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유튜브 채널 김프로 멤버들을 만났다.
김프로는 사촌 남매 사이인 김동준과 유백합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이름이다. 두 사람은 모두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한 때 연기자를 꿈꿨던 김동준은 데뷔가 무산되고 공연 기획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숏폼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가수를 꿈꾸던 사촌동생 유백합과 의기투합했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낸 것이다.
김동준은 "코로나19로 놀고 있던 사촌끼리 한 번 뭉쳐보자고 해서 틱톡을 시작하게 됐다. 백합이를 메인으로 하고 나는 뒤에서 연출과 기획을 맞아 유백합 채널을 열심히 성장시켰다. 그게 잘 돼서 유튜브 쪽도 바라보고 있었는데 유튜브에서 마침 '쇼츠'를 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유튜브에서는 시청자들이 유백합 채널보다는 김프로 채널을 더 선호해 이쪽에 힘을 싣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신들만의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숏폼 크리에이터가 됐다. 2021년 2월 시작한 틱톡의 유백합 채널은 10개월 만에 팔로워 100만명을 돌파했고 지금은 팔로워가 1000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유튜브 김프로 채널은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는데 한 달 밖에 걸리지 않았고, 9개월 만에 구독자 1000만명을 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숏폼 콘텐츠의 세계에서는 원본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유행하는 영상이나 밈(meme)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얹어 콘텐츠를 재창작하는 일이 끊임 없이 이어진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요소를 누가 더 짧은 영상 안에 잘 녹여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김프로도 해외 영상 속 장면을 재연하는 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외치는 '오케이(OK)'는 이제 이들의 '트레이드 멘트'가 됐다.
그렇지만 단순한 모방 만으로 10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유튜버가 될 수는 없다. 자신들 만의 색깔과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김프로의 성공 요인은 오랜 시간 자신의 분야에서 다져진 경험이었다. 짧은 영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한 편의 공연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콘텐츠를 기획한다. 그리고 기획, 촬영, 편집은 모두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하고 있다.
김동준은 "백합이는 연습생 생활을 오래 했었고 나는 공연 기획을 10년 정도 했다.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하던 것을 온라인으로 풀었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그냥 영상을 올린다는 개념이 아니라 핸드폰 너머에 있는 사람들한테 공연을 보여준다라는 생각으로 영상을 찍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숏폼에서도 촬영과 편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기획이 꼭 있어야 한다. 기획, 촬영, 편집 이 3단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획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 영상을 찍어서 단순히 잘 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지고 촬영을 하는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이 포인트에서 이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기획을 해야 하고 그 다음에 촬영과 편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프로의 콘텐츠는 시리즈물과 같다. 한가지 소재의 영상을 내용이 연결되는 여러개로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다른편을 보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댓글창에 참여한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영상의 흐름과 의미를 해석해준다.
김동준은 "유튜브 구독자는 충성도가 더 높은 편이다. 영상을 쭉 보다가 다음 이야기가 이렇게 풀린다는 것을 이해하고 댓글로 설명을 해준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그 댓글을 보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프로는 이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볼거리와 스토리를 선보이기 위해 이달 초 'OK팀'을 결성했다. 크리에이터 이소정, 장은비, 이노냥, 방하율, 단비, 토리 등 6명의 여성 크리에이터가 OK팀에 합세했다. 출연자가 늘어나면서 더 다양한 색깔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상황극의 스토리라인도 다채로워졌다.
김동준은 "비슷한 류의 영상을 다음 이야기 때는 좀 다르게 풀어간다. 둘 만의 관계 상황극이었는데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서 다른 이야기가 탄생하고, 그 다음에 다른 친구가 들어와서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10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는 흔치 않다. 국내에서 다이아 버튼을 받은 유튜버는 2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김프로는 이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한다. 김프로는 튜브가이드의 4월 셋째주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조회수 랭킹에서 2위와 큰 차이를 격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김프로 채널의 조회수는 매주 수억회를 넘고, 구독자 수는 수십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김프로는 이루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아 있다. 김동준은 "(구독자) 1000만명이 된 것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들에게도 계속 얘기하지만 아직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포부가 아주 크다. 세계로 쭉쭉 뻗어나아가서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고싶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에 비해 세상이 많이 답답해진 느낌이 든다. 서로 억압을 많이 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온라인에서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청자들이 우리 영상을 보시면서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일상에서 벗어나 참 즐겁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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