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연일 고공행진
25일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다. 미국 등 주요 국들이 기준금리를 껑충 올리면서 우리와의 금리차로 인해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과 10월, 2차례에 걸져 인상 폭을 이전 대비 0.50%씩이나 올리는 '빅스탭'을 단행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향후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제주체의 주관적 전망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물가 불안정을 초래하는 데다 경기침체까지 길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견고함을 주도해오던 수출, 생산, 소비까지 약화돼 스태그 플레이션 우려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로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다.
특히 물가 안정을 주요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선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상회하는 한국경제에서 서민가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오 의원실이 분석한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회생 신청은 1만122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7455건)과 견주어 50.6% 급증했다.
월간 개인회생 신청건수가 1만건을 상회하는 것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개인회생'이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경제적 파탄에 직면한 개인채무자가 월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채무만을 변제할 수 있도록 법원이 강제로 재조정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즉 개인회생이 증가할수록 가계 재정이 궁지에 내몰린 서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5~10월까지 7000건대에 머물던 월간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기준금리가 3.0%를 넘어선 지난해 10~11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 급격한 금리인상의 여파로 해석된다.
그 결과 지난 1~3월 누적 신청건수는 3만182건에 달했다.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분할 상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채무조정 신청도 지난해 11월부터 급증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올해 3월에는 1만7567명으로 지난해 10월 1만1788명과 견주어 49.0% 늘어난 규모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대출 연체율마저 상승하고 있어 금융권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 의원이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대형 25개 회원사의 올 2월 기준 신용대출 연체율(30일이상 연체)은 9.8%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 동월대비 2.6%p 상승한 수치다.
■벼랑 끝에 선 서민 및 자영업자
이 같은 상황속에서 자영업자도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비은행에서 대출받은 비중은 39.3%(401조3000억원)에 달했다. 비은행에서 대출 받는 비중은 2020년 말 33.5%, 2021년 말 35.5%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이 가계부채와 관련된 각종 지표가 악회하는 것에 대한 엄중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기형 의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 총량이 여전히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부채 부담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고 상황은 더 엄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의원은 그러면서 "개인회생 절차 관련 제도개선과 금융당국의 종합 모니터링과 이에 대한 상응 조치가 시급하다"고 엄중 경고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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