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배터리 아저씨'가 1등 애널 된 배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5 18:21

수정 2023.04.25 18:21

[기자수첩] ‘배터리 아저씨'가 1등 애널 된 배경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광풍이 거세다. 올해 들어서만 에코프로 주가는 450% 넘게 뛰었고, 시가총액은 한때 SK이노베이션을 웃돌기도 했다. 포스코 형제들 역시 이차전지 열풍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은 요새 '제2의 에코프로'를 찾는 투자자들로 북새통이다.

이차전지 랠리를 이끈 주역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 주식을 1조원 넘게 사들였다. 에코프로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 역시 1조원 가까이 매수했다. 두 종목은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2~3위를 차지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주가 과열을 경고할 뿐만 아니라 증권사에서 매도 리포트까지 나왔지만 에코프로 형제를 바라보는 개인들의 믿음은 굳건하다.

일명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와 관련해서도 이 믿음을 엿볼 수 있다. 박 이사는 지난해부터 유튜브와 방송 등을 통해 국내 이차전지 산업을 알려왔다. 그가 추천한 종목들이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개인들에게 '1등 애널리스트'로 떠올랐다. 한국거래소가 박순혁 이사의 공시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그를 엄호하는 투자자는 여전히 많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떠올리면 '배터리 아저씨' 열풍은 뼈아프다. '매수 일색' '뒷북 하향' 등 증권사 리포트를 표현하는 단어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꼬집는 투자자들의 비판이 담겨 있다.

국내 증권사를 향한 따가운 눈총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매수 의견 일색' 현상은 매년 지적될 만큼 리서치센터의 고질적인 문제다.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는 꾸준히 여의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해 2월에도 금융감독원은 애널리스트 선행매매 의혹과 관련해 한 증권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한 대형 증권사는 불법 공매도로 과태료 10억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꺼질 줄 모르는 이차전지 광풍에 개인투자자들의 믿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400배를 웃돌고 공매도 잔액이 쌓인 점을 고려하면 이 지적은 합리적이다. 다만 '묻지마 투자'라고 단언하기 전에 배터리 아저씨가 '1등 애널리스트'가 된 배경부터 먼저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zoom@fnnews.com 이주미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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