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
"홍콩·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 처럼 이민 확대 통해 경제활동 인력 부족 해소.. 韓, 선진국-개도국 디지털 격차 완화 기여"
"홍콩·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 처럼 이민 확대 통해 경제활동 인력 부족 해소.. 韓, 선진국-개도국 디지털 격차 완화 기여"
빈곤퇴치 방법론으로 개발 협력분야에서 2019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크레이머(Michael Kremer) 시카고대학 교수(사진)는 적절한 이민정책을 저출산 위기의 대응책으로 뽑았다. 크레이머 교수는 2023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를 위해 방한할 예정으로, 25일 KDI(한국개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사전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민정책에 무심하지 않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설립을 추진 중에 있고, 지난달 7일에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도 '이주배경인과의 동행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미 감소가 확정된 미래인구의 보충을 위해 이민 정책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 방안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찍부터 서로 외국인력을 교환해온 유럽에서는 다문화사회 건설 실패를 공언하고 있다. 2010년 10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집권 기독민주당(CDU) 청년 당원 모임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다문화 구상'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브렉시트'로 불리는 영국의 EU 탈퇴 역시 외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을 큰 명분으로 삼았다.
크레이머 교수는 "이민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최소화하고 국가 재정 및 후생에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상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참고할 수 있다"고 말하며 적절한 수준의 이민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육아 및 노인 돌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고숙련 국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동시에 내국인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 인상 등의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지난해 한국어 능력이 우수하고 동일 사업장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출국이나 재입국 없이 최대 10년 까지 체류 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를 확대했다. 가사도우미 또한 취업 대상 직종에 포함시켰다.
이어 고령화 위기 역시 이민정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이민자들로 구성된 의사, 간호사 또는 돌봄 서비스 근로자들이 노인 돌봄 인력 부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며 정부들이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령자들에 대한 공적 소득 보전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이민 확대를 꼽았다.
이외에도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는 개도국과의 디지털 격차 해소, 재정적 지원 등에 대해 답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민간이 개발한 기술의 수익성이 낮으면 정부가 구매한다고 미리 약속하는 형태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정부의 선구매약속(Advance Market Commitments)을 통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더해, "한국은 디지털 기술 혁신의 선두 주자이고 비약적인 경제발전 경험을 가진 만큼,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 및 디지털 격차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에듀테크, 디지털 농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자정부 분야를 언급하기도 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오는 5월 2일부터 5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2023 ADB 연차총회의 '한국 세미나의 날' 행사에서 조동철 KDI 원장과 기조 대담을 가질 예정이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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